김치 '파오차이'로 표기한 항저우…항의해도 '나몰라라'

사진=서경덕 교수 SNS 캡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인미디어센터(MMC)와 미디어 빌리지 식당에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을 한국 취재진 등이 파악해 조직위원회 측에 항의했지만, 영문 표기만 바뀌었을 뿐 한자 표기는 그대로였다. 일부는 중국의 또다른 배추절임 명칭으로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메인미디어센터(MMC)와 미디어 빌리지의 식당에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한 것을 확인해 조직위원회 측에 항의했다고 4일 밝혔다. 서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많은 누리꾼에게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四川)성 지역의 채소 절임 음식을 뜻한다. 중국은 이를 근거로 중국이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 교수는 "MMC에서는 중국어로 '한궈파오차이'(韩国泡菜), 미디어 빌리지에서는 '한시파오차이'(韩式泡菜)라고 표기했다"며 "영어로는 한궈파오차이를 '한국식 야채절임'(Korean Pickled Vegetables)으로, 한시파오차이를 '한국식 발효 야채'(Korean-Style Fermented Vegetables)'라고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인 한 기자가 아시안게임 조직위에 문의했지만, 영문 표기와 설명은 '김치(Kimchi)'로 정정됐을 뿐 한자 표기는 그대로였다. 서 교수는 "오히려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는 중국 동북지방의 배추절임 음식인 '라바이차이'(辣白菜)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SNS에 "(항의 메일에서) 김치의 올바른 중국어 표기인 '辛奇'(신치)로 빨리 수정해 아시아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요구하며 김치와 파오차이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다국어 영상을 함께 첨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에서도 보듯이 중국의 '김치공정'은 온오프라인으로 집요하게 펼쳐지고 있다"며 "중국이 왜곡한 부분을 명확하게 짚어주고, 김치 종주국으로써의 위상을 전 세계에 널리 떨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힘을 더 모아야만 할 것"이라고 적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