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뛸 때 자격증 땄는데 결국 폐업"…공인중개사 '눈물' [돈앤톡]

공인중개업소, 10개월 연속 1000곳 이상 폐업
거래도 적은데…과태료 강화에 중개사들 '반발'
휴무일을 맞은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연초 이후에 거래가 좀 살아났잖아요. 가격도 반등했고요. 숨통이 좀 트이나 했더니 다시 주춤하네요"(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공인 중개 사무소 대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집값이 급락한 이후 올해 초 일부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숨통이 트이나 싶었지만 가파른 가격 반등에 시장이 다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입니다.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8월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161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엔 1030곳이었는데 이보다 12.71% 늘어난 수준입니다.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0개월 연속 매달 1000곳이 넘게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만2593곳에 달합니다. 휴업인 곳도 1201곳입니다. 이 기간 새로 개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만901곳인데 폐업이나 휴업을 한 곳보다 2893곳이 적었습니다.

종로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올해 초엔 그나마 거래가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 다시 주춤한 분위기"라면서 "다른 자치구는 매매가 활발하다고 하는데 딴 세상 이야기인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송파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도 "연초 이후엔 거래가 많았지만, 집값이 가파르게 반등한 이후로는 다시 뜸해졌다"며 "문의는 있지만 가격대가 높아지다 보니 실수요자들도 망설이고 있다. 그래도 상반기 거래가 많아 그나마 다행이다"고 전했습니다.올해 공인중개업소 문을 닫았다는 C씨는 "2020년 집값이 가파르게 오를 때 자격증을 따 공인중개업소를 열었는데 집값 급등기가 지나고 나니 거래가 거의 없더라"라면서 "신생 부동산이다 보니 지역 토박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비해 실수요자들 상대적으로 덜 찾더라. 어떻게든 유지해보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jpg
거래도 많지 않은 와중에 과태료까지 강화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은 부담이 늘었다고 하소연 합니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현행 법령에서 정한 부당 표시·광고 5가지 유형에 대해 과태료 액수를 2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세부적으로 정했습니다. 그간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 유형과 위반행위 경중은 다양했지만, 과태료는 일률적으로 500만원을 부과해 왔습니다.중개보조원에 대한 규정도 강화했습니다. 오는 19일부터 중개보조원은 의뢰인에게 반드시 신분을 밝혀야 합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중개보조원과 소속 공인중개사에게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또 공인중개사가 고용할 수 있는 중개보조원 수는 중개사 1인당 5명 이내로 제한됩니다.

국민참여입법센터 내 게시글에 한 작성자는 "단 한 번의 위반으로도 엄청난 과태료 처분을 받아야 하느냐"며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한 해에 몇 번 이상 위반할 때에 과태료 처분을 한다든지 또는 매물의 금액에 따라 차등을 둔다든지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중개사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개업공인중개사가 매일 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을 일일이 관리할 수 있겠느냐. 고지의무의 이유가 중개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데 목적을 둔다고 하면 과태료 부과 보다는 차라리 보조원제도를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습니다.한편 공인중개사무소가 폐업을 이어가면서 개업한 공인중개사 수도 1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8월 말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6627명입니다. 지난해 1월(11만6494명) 이후 가장 적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