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빨간 삼각형'과 가을날 '건축 나들이'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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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설치된지난달 초부터 서울 삼청동 초입에 들어서면 보이는 ‘빨간 삼각형’이 있다. 광화문과 안국역 사이 송현녹지광장에 들어선 이 구조물은 마치 어린아이가 도시 풍경 위에 빨간색 크레파스로 낙서를 한 듯한 독특한 느낌을 준다. 10월 말까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건축 작품, 칠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마우리시오 페소가 설치한 ‘페어 파빌리온’(Pair Pavilion)이다.
마우리시오 페소 '페어 파빌리온'
전시는 10월 29일까지
이 작품은 국제 건축전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올해 비엔날레 주제는 ‘땅의 건축’. 쉽게 말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이다. 페소는 이를 반영해 삼각형과 사각형 등 간단한 도형으로 빛과 바람, 빗물이 그대로 들어오는 공간을 만들었다.페어 파빌리온의 작은 입구를 통해 삼각형 안 좁고 기다란 공간에 들어선 관객들은 양끝에 놓인 의자를 보게 된다. 페소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좁은 통로에서 마주치는 상황을 상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며 “복잡한 도시의 삶 속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소통,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고민, 세계의 변화 같은 추상적인 주제들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설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비엔날레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아가 칸 건축상을 받은 리즈비 하산, 영국 애쉬든상 후보 스튜디오 워로필라, 이탈리아 공로훈장과 ‘DFAA 아시아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한 최욱 등 국내외 작가 19명의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성큼 다가온 가을, 도심 속에 들어선 건축 작품들 사이를 가볍게 거닐며 서울의 가을을 만끽할 기회다.
페소의 빨간 삼각형은 전시 종료 이후 양평 '메덩골 정원'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메덩골 정원은 페소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조경가와 건축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2024년 일부 개장(2025년 전체 개장)을 목표로 양평에 조성 중인 5만5000평 규모의 대형 정원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