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월곡, 이주 시작…강북권 전·월세 '들썩'

재개발 주민 이동 본격화

한남3구역 이사비 등 보상 접수
3800가구 이주에 '임대 품귀'
인근 동빙고동 전세 5000만원↑

북아현 2·3구역도 연내 이주
업계 "소형 빌라 등 공급 늘려야"
서울 용산구 ‘한남 3구역’ 3800여 가구가 이달 말 이주를 시작하는 등 강북 지역 주요 재개발 사업지에서 이주가 잇따를 전망이다. 사진은 용산구 한남동 한남 3구역. /한경DB
서울 강북권 전·월세 시장이 재개발 이주로 들썩이고 있다. 강북 지역 최대 재개발 사업인 ‘한남3구역’에서만 3800여 가구가 이주를 시작했고 강북 지역 다른 재개발 사업지도 이주를 앞두고 있어서다. 임대차 수요가 급증하며 정비사업지 인근에선 벌써 소형주택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북에 대형 정비사업지가 많은 데다 소형 주택 공급난이 겹치며 향후 전·월세난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남3구역 3800여 가구 이주 본격화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3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5일부터 구역 내 세입자를 대상으로 주거이전비 및 이사비, 임대주택 신청 등 이주 보상을 접수한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 따르면 재개발 구역에 거주하는 세입자는 가구원 수에 따라 월가계지출비의 4개월분을 주거이전비로 지급받는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이사비로 불리는 동산이전비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무주택 가구는 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다. 조합이 제시한 이주 기간은 오는 30일부터 내년 5월까지다. 이주가 마무리돼야 철거와 착공이 이뤄진다. 조합은 당분간 이주 촉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남3구역은 조합원만 3800여 명, 세입자 수는 1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일제히 이주를 시작하면서 주변 전·월세 시장에선 벌써 ‘대기줄’이 생겼다.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을 받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세입자는 이동할 수 있는 주택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주변 2·4·5구역 역시 이주를 앞두고 있다. 용산구 동빙고동의 한 다가구주택은 지난해 2억2000만원에 전세로 계약됐던 전용면적 50㎡가 최근 5000만원 오른 2억7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한남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조합원 중엔 실거주가 별로 없고 세입자가 찾는 다가구와 연립 등 소형주택 매물은 찾기 어렵다”며 “대기해도 임차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는 설명에 서울 외곽 지역으로 이사해야겠다는 세입자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주택 전·월세 품귀 예고

강북 지역은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가 많이 늘어날 예정이다. 성북구 신월곡1구역은 이달 450가구(세입자 1000여 명)가 이주에 나선다. 인근 소형주택 가격은 일찌감치 올랐다. 3개월 전 2억원 전세로 계약된 성북구 하월곡동 전용 25㎡ 연립은 최근 수요 증가로 2억3000만원까지 상승했다.서대문구 북아현 2·3구역 역시 최근 시공사와의 갈등이 일단락되고 건축심의를 통과해 이르면 연내 이주를 시작한다. 노원구 백사마을 재개발 역시 연내 이주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동작구에서 이주를 준비 중인 노량진뉴타운 등의 수요가 겹치면 소형주택 임대차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뉴타운만 하더라도 네 개 구역에서 최소 7500여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해 용산구는 물론 인접한 중구 성동구 서대문구까지 영향권에 속할 것”이라며 “노량진에선 뉴타운 이주 때마다 전세난이 반복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늘어날 이주 수요에 맞춰 도심 내 비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형주택 공급량이 강남권에 비해 강북권이 더욱 부족하므로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내 비아파트 준공 실적은 지난 8월 기준 5540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8862가구)보다 37.5% 줄었다. 인허가와 착공은 같은 기간 각각 3481가구, 9088가구로 지난해에 비해 43.4%, 61.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 등 강북 지역은 다세대·연립 임대 공급이 많은 송파 강동 등 강남권보다 재개발 이주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용산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추가로 예정된 만큼 이주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소형 주거시설 건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