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리나 칸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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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미국 최연소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탄생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장 격이다. 당시 나이 32세, 1989년생 리나 칸이다. 파격적인 발탁을 가능케 한 것은 그가 29세 때 쓴 예일대 로스쿨 박사과정 졸업 논문이다. 제목은 ‘아마존 반독점의 역설’. 이 논문으로 칸은 ‘아마존 킬러’ ‘빅테크 저격수’란 별명을 얻었다.
미국은 반독점법이 강력하기로 유명하다. 어떤 기업이든 독점으로 판명되면 공중분해를 피할 수 없다. 1911년 ‘석유왕’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 34개 기업으로 분할됐고, 같은 해 아메리칸토바코도 16개 회사로 쪼개졌다. 1984년 통신기업 AT&T는 8개 기업으로 흩어졌다.칸은 논문을 통해 미국의 전통적인 반독점 규제 논리가 아마존 같은 신흥 플랫폼 기업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존 반독점법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소비자 편익만 있으면 독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마존의 방어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칸은 소비자와 생산자 양자만 포함해 독점 유무를 판단한 기존 반독점법에 플랫폼에 종속된 소생산자와 근로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게 칸의 논리다. 뉴욕타임스는 처음 이 논문이 나왔을 때 “수십 년간 굳어진 반독점법을 뒤흔든(reframed)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취임 후 2년여가 지난 지금 칸의 성과는 초라하다. 빅테크 규제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난해 말 폐기됐다. 칸이 칼을 겨눈 빅테크는 전 세계에서 돈을 벌어들이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칸의 주장이 지지를 얻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칸 위원장은 “패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반독점 소송을 단념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구글의 검색시장 반독점 재판이 개시됐고, 26일엔 아마존의 물류·광고 서비스를 FTC가 제소했다. 메타는 내년 인스타그램 등 경쟁사 부당 인수와 관련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칸이 구글과 아마존을 과거 스탠더드오일, AT&T 등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논문이 미실행 상태로 남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미국은 반독점법이 강력하기로 유명하다. 어떤 기업이든 독점으로 판명되면 공중분해를 피할 수 없다. 1911년 ‘석유왕’ 록펠러의 스탠더드오일이 34개 기업으로 분할됐고, 같은 해 아메리칸토바코도 16개 회사로 쪼개졌다. 1984년 통신기업 AT&T는 8개 기업으로 흩어졌다.칸은 논문을 통해 미국의 전통적인 반독점 규제 논리가 아마존 같은 신흥 플랫폼 기업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존 반독점법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소비자 편익만 있으면 독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마존의 방어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칸은 소비자와 생산자 양자만 포함해 독점 유무를 판단한 기존 반독점법에 플랫폼에 종속된 소생산자와 근로자도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이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게 칸의 논리다. 뉴욕타임스는 처음 이 논문이 나왔을 때 “수십 년간 굳어진 반독점법을 뒤흔든(reframed)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취임 후 2년여가 지난 지금 칸의 성과는 초라하다. 빅테크 규제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지난해 말 폐기됐다. 칸이 칼을 겨눈 빅테크는 전 세계에서 돈을 벌어들이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이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칸의 주장이 지지를 얻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칸 위원장은 “패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반독점 소송을 단념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구글의 검색시장 반독점 재판이 개시됐고, 26일엔 아마존의 물류·광고 서비스를 FTC가 제소했다. 메타는 내년 인스타그램 등 경쟁사 부당 인수와 관련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칸이 구글과 아마존을 과거 스탠더드오일, AT&T 등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논문이 미실행 상태로 남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