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 지키는 AI…"소변 소리로 비뇨기 질환 파악"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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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라운지“사업 아이템 선정에 세 가지 기준이 있었습니다. 만성질환 정복, 스마트폰 활용, 그리고 인공지능(AI) 도입이었죠.”
송지영 사운더블헬스 대표
스마트폰으로 소변 정보 측정
환자 31만명 데이터 모아
아버지 잃고 헬스케어 사업 시작
미국 대형 병원 고객으로 확보
전립선과 방광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비뇨기 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증가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고통받는 환자도 많다. 송지영 사운더블헬스 대표는 소변 소리를 스마트폰으로 측정하고, AI가 이를 분석해 질환 중증도를 확인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솔루션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송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전역에서 모은 환자 데이터만 약 3억 개, AI 정확도는 97%”라며 “내년에는 현지 보험 청구가 가능하도록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용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1978년생인 송 대표는 창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KAIST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대학 연구실에서 통신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2007년 LG전자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주로 기술 전략 부서에서 근무했다. LG경영연구원과 반도체 회사 램리서치코리아 등에서도 일했다.
8년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한 것은 아버지가 갑작스레 곁을 떠나면서다. 송 대표는 “기침을 조금씩 시작하더니 정말 보름도 안 돼서 돌아가셔서 충격이 컸다”며 “병원이 모든 걸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건강 상태를 미리 알고 관리할 수 있는 의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아이템 선정엔 반년이 걸렸다. 만성질환, 스마트폰, AI라는 키워드를 놓고 각종 논문과 보험통계를 뒤졌다. 그렇게 선택된 것이 비뇨기와 호흡기 질환이었다. 2017년 창업하고는 비뇨기부터 공략했다. 소변 소리의 크기, 높낮이, 음색 등 여러 속성을 파악하고 단위 시간당 소변 속도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제작했다. 의사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내세웠다. 창업 첫해 분당서울대병원과의 협력으로 낮은 단계의 AI를 구현할 수 있었다.
2018년엔 미국으로 플립(본사 이전)했다. 송 대표는 “미국은 4주를 기다렸다가 휴가를 내고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것이 일상이라, 집에서 기기로 소변 이력을 기록할 수 있는 솔루션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모아 딥러닝 기술을 도입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등급 의료 기기 등록이 이뤄진 것이 2020년이었다. 작년엔 유료화에 성공했다. 도합 31만 건의 현지 환자 소변을 받아낸 결과다. 현재는 미국 코넬대병원, 뉴욕의 마운트사이나이병원 등 대형 병원이 고객사이자 파트너다. 최근에는 미국의 주요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시상하는 ‘디지털 헬스 어워드’에서 헬스케어 AI 활용 분야 최고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송 대표는 현재도 1년 중 절반을 미국에서 보낸다. 그는 “솔루션은 의사가 환자에게 사용을 따로 권유하는 방식인데, 미국의사협회 및 보험사를 통해 처방 코드를 부여받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처방 및 보험 청구가 가능해지면 본격적인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표 매출은 2025년 500만달러(약 68억원)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