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가격 인상…추석 끝나자 물가 '들썩'
입력
수정
지면A16
'카스' 등 국산제품 출고가 6.9%↑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오비맥주가 주요 제품 출고가를 인상하는 등 식품 물가가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추석 전까지 정부의 강력한 물가 안정 기조로 가격 인상을 억누르던 기업 중 일부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乳제품 가격도 올라
업계 "원재료값 상승 못 버텨"
○맥주 가격 인상
오비맥주는 카스(사진), 한맥, 필굿 등 주요 국산 맥주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다고 4일 발표했다.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 공급되는 가정용 355mL 캔 제품, 외식업체에서 판매하는 업소용 500mL 병 제품이 해당한다. 가정에서 수요가 많은 500mL 캔 제품은 이번 인상 대상에서 제외했다.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은 작년 3월 초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주요 원재료인 맥아 가격과 부재료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올해도 비슷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아 가격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8% 급등했고 환율 변동도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공장 출고가 인상으로 유통 매장의 소비자가격과 식당의 병맥주 가격도 연쇄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는 경쟁사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게 식품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조정한 후 하이트진로도 테라와 하이트의 출고가를 평균 7.7% 올렸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원재료 비용 부담은 지속되고 있지만 당장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의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맥주 주재료인 수입 맥아 가격은 2021년 ㎏당 평균 951원에서 올해 상반기 1200원으로 26.1% 상승했다. 맥주에 쓴맛을 더해주는 호프는 같은 기간 ㎏당 1만9550원에서 3만3403원으로 70.8% 급등했다.
○정부 물가 억누르지만…
정부는 추석 연휴 전까지 강력한 물가 안정 정책을 펼치며 식품·유통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라면, 제과업계 등이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하지만 추석 연휴를 전후로 일부 제품은 가격이 인상되는 추세다. 원유(原乳) 기본 가격이 L당 88원(8.8%) 상승하면서 이달부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조정됐다.서울우유의 흰 우유 제품 ‘나100%우유’(1L)는 대형마트에서 2900원대에 판매돼 L당 3000원에 육박했다. 매일유업은 우유 제품 가격을 4~6%, 가공유 제품 가격은 5~6% 올렸다. 남양유업 빙그레도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1일부터 롯데웰푸드의 아이스크림 공급가 인상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돼지바 등 바류는 1200원에서 1500원으로, 빠삐코 등 튜브류 아이스크림은 1500원에서 1800원으로 올랐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6월 말 아이스크림값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외식업계도 원·부재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 스페인산 올리브유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BBQ는 가격을 올리는 대신 튀김유로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씨유를 섞어 쓰기로 지난달 27일 결정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누적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어 가격 인상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