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도, 객석도 없는 클래식 공연?…'마룻바닥 음악회' 어느새 10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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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1000회 맞는 하우스콘서트무대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예술가다. 청중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객석에 앉아 무대 위에 선 예술가를 올려다봐야 한다. 무대와 객석은 소리가 통하는 하나의 공간이지만, 실상 예술가와 청중 사이엔 뚜렷한 경계(境界)가 있다.
"연주자-관객 사이 경계 허물자"
작곡가 박창수, 2002년 시작
1층 비우고 무대 바닥에 관객 앉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59)는 연주자와 청중 사이의 칸막이를 허물고 싶었다. 연주자가 청중의 시선을 더 가까이 느끼고, 피아니스트가 두드린 건반과 첼리스트가 활로 그은 현의 진동이 청중의 몸을 타고 그대로 전달되는 공연을 정기적으로 열고 싶었던 것.박 대표가 내린 결론은 ‘마룻바닥에서 여는 콘서트’였다. 이렇게 2002년 시작한 하우스콘서트가 오는 10일 1000회 공연을 맞는다. 장소는 평소 음악회를 여는 서울 동숭동 예술가의집이 아니라 롯데콘서트홀로 잡았다.평소보다 많은 관객이 올 것을 염두에 둬서다. 화려한 무대도, 지정 좌석도 없는 예술가의집처럼 만들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롯데콘서트홀 객석 1층을 모두 비우고 100여 명의 청중이 무대 바닥에 앉아 연주를 듣도록 했다.
이날 공연엔 2014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2015년 부소니 국제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한 피아니스트 문지영과 2021년 체코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 올해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정상을 차지한 아레테 콰르텟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이 이끄는 에라토 앙상블 등 50여 명이 나설 예정이다.그간 하우스콘서트에 참여한 연주자 연인원은 4700명에 달한다.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김선욱부터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피아노), 이경숙 연세대 명예교수(피아노) 등 중견 음악인까지 마룻바닥 콘서트를 거쳐 갔다.
21년간 하우스콘서트를 이끈 박 대표는 이번 공연을 끝으로 대표에서 물러나고 예술감독만 맡는다. 그는 “기나긴 마라톤의 골인 지점을 밟는 느낌”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한계를 느낀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연주자와 관객이 긴밀히 교감하고 친밀함을 쌓을 수 있는 공연 문화를 만들겠다는 고집 하나로 버텨왔죠. 이젠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하우스콘서트는 저 없이도 쭉 이어져야 하니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