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구글 손잡은 SAP, 기업용 AI 비서 내놓는다

생성 AI 서비스 '쥴' 공개

기업용 소프트웨어 '절대 강자'
세계 100대 기업 중 97곳 거래
'생성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

"30초면 매출·판매 전략 제시
기업 실무에 대대적인 혁신"
인사·ERP솔루션부터 출시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독일 SAP가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다. 인사, 재무, 공급망 관리 등 기업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생성 AI 서비스 ‘쥴’이 새로운 무기다.

○기업 실무환경 확 바뀐다

SAP는 4일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는 발도르프 본사에서 ‘산업의 미래 콘퍼런스’를 열고 ‘쥴’을 공개했다. 쥴은 생성 AI를 적용한 기업형 클라우드 솔루션이다. 각 기업에 생성 AI를 활용한 ‘디지털 비서’를 제공하는 것이 쥴 프로젝트의 목표다.

겉모습은 챗GPT 등 빅테크가 선보인 생성 AI들과 비슷하다. ‘AI 비서(어시스턴트)’ 대화창에 요청이나 질문을 넣으면 답변을 제공한다. 매출 분석은 물론 직원이 원하는 데이터와 이미지, 텍스트, 정보 등을 빠르게 찾아준다. 현장 시연에서 “지난 5개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여줘”라고 입력하자 약 30초 만에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표로 만들어 제시했다.

크리스천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쥴은 기업 실무단에서 원하는 사안을 빠르게 파악하고 제공한다”며 “생성 AI를 활용한 서비스로 기업 비즈니스와 작업 방식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생성 AI가 기업 내부 데이터를 빠르게 훑어 결과물을 내는 게 쥴의 특징이다. 토마스 자우에레시그 SAP 제품엔지니어링 총괄 겸 이사회 임원은 “제품 정보와 창고 재고 현황까지 1~2분 내 정리해준다”며 “업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도구로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실무 전략을 세울 때도 쥴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적이 부진한 지역을 식별하고, 공급망 시스템에 자동으로 연결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식이다. 질문 맥락을 파악하는 기능도 갖췄다. “영업 직무에 맞는 채용 면접 질문을 뽑아달라”고 하자 해당 기업의 영업 직군이 필요로 하는 역할을 감안한 질문지를 만들어줬다.

SAP는 이르면 다음달 인사 솔루션 ‘석세스팩터스’에 쥴을 접목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쥴을 적용한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출시한다. 영어로 먼저 선보인 뒤 다른 언어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생성 AI 서비스 강자로 부상

업계에선 AI를 전면에 내세운 SAP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AP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의 절대강자여서다. 이 회사는 독일 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세계 100대 기업 중 97곳에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대표 상품은 ERP(전사적자원관리) 솔루션이다. 세계적으로 SAP 솔루션을 활용하는 기업 사용자는 3억 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SAP는 올 들어 생성 AI 서비스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AP는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IBM과 AI 분야 파트너십을 맺었다. 7월부터는 알레프 알파, 앤트로픽, 코히어 등과 AI 관련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쥴은 파트너사들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두루 활용한다. 고객사에 MS와 구글, 엔트로픽 등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자우에레시그 총괄은 “1~2년 내 기업 실무 환경에 대대적인 혁신이 벌어질 것”이라며 “미래를 위한 AI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성 AI 활용 영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SAP는 스포츠 분야 클라우드 솔루션에도 생성 AI를 활용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선수 경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기 전략을 짜는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발도르프=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