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TSMC 시총 넉달새 20%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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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PC 수요 부진 전망에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주가가 지난 6월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6월 뉴욕증시에서 장중 110달러까지 올랐던 주가(ADR)는 현재 20% 넘게 고꾸라졌다. 이 기간 사라진 시가총액만 770억달러(약 104조6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회복되고 있어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시가총액 104조원 쪼그라들어
재고 급증·설비투자 둔화도 악재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
3분기 실적에 따라 반등 가능성
○수요 부진 우려 속 주가 20%↓
대만 TSMC 주가는 6월 전후로 희비가 엇갈렸다. 3일(현지시간) TSMC 주가(ADR 기준)는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2.56% 하락한 85.41달러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가전 수요 약세 우려가 지속된 탓에 주가는 6월 14일 107.41달러(종가 기준)로 고점을 찍고 이날까지 20.48% 빠졌다.TSMC는 상반기만 해도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주로 각광 받았다. 작년 10월부터 올 6월까지 44%가량 급등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시장에서는 스마트폰과 PC 시장의 수요 회복 없이 AI칩이 수익에 얼마나 기여할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고쿨 하리하란 JP모간 애널리스트는 최근 메모를 통해 “PC, 스마트폰, 비(非)AI 서비스 등 최종 시장이 대부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주문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내년까지 회복이 더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반도체 기업들의 재고가 쌓이면서 TSMC 생산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5일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수요 불안감이 커져 주요 공급사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납품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수요 둔화로 TSMC의 설비투자도 올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320억~360억달러로 예상됐지만 평균 300억달러까지 하향 조정됐다. TSMC의 12개월 수익 추정치도 작년 10월 최고치에서 약 8% 하향 조정됐다.
일반적으로 설비투자 감소는 비용 절감 차원에선 긍정적으로 여기지만 TSMC의 경우 장기적으로 칩 수요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TSMC의 설비투자 추정치를 20% 이상 줄여 250억달러까지 낮췄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3분기 실적으로 반등 나설까
최첨단 3나노미터 칩에 대한 낙관론도 TSMC 주가를 견인해왔다. 하지만 최근 예상보다 수요가 부진하다는 평가와 해당 칩을 장착한 애플 아이폰15프로의 발열 논란까지 나오면서 악재로 작용했다.그럼에도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TSMC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2분기 59%의 안정적인 점유율로 탄탄한 선두 입지를 지키고 있어서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아직까지 TSMC에 대해 ‘매도’ 등급을 매긴 애널리스트는 없다. 12개월 평균 목표 주가도 직전 종가보다 24% 높은 수준이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고객사가 3분기에 AI 관련 사업에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낼 경우 TSMC로 다시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일각에선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돼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케빈왕 미즈호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말 반도체칩 수요 약세로 TSMC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내년 1분기 또는 2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