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까지 거론되는 하원의장 경선…"많은 사람이 요구"

공화당 2인자 등 출마 선언…경쟁 본격화
중도파가 캐스팅 보트…트럼프, 하원 의장 도전하나

사진=로이터

사상 초유의 해임 사태로 공석이 된 미국 하원의장 자리를 놓고 공화당 내 내부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공화당 내 자중지란으로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을 대체할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는 탓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까지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하원 법사위원장인 짐 조던 공화당 의원이 4일(현지시간) 가장 먼저 하원의장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동료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경 강화와 정부 지출 중요성을 거론한 뒤 "미국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화당이 함께 해야할 때"라고 밝혔다.

같은날 공화당 내 2인자인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동료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며 하원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스컬리스 대표는 "우리는 미국을 다시 올바른 길에 되돌려 놓기 위해 함께 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매카시 전 의장 해임 사태를 주도한 맷 게이츠 하원 의원은 NBC 방송에 나와 "스컬리스나 조던이 이끄는 하원이 매카시 때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추켜 세웠다.

하지만 이날 하원의장 출마를 선언한 두 후보는 매카시 전 의장에 비해 보수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당내 주류 세력인 중도파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하원 과반의 찬성표를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해임 사태를 주도한 강경파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매카시 전 의장을 지지해온 중도파 의원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나올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BC 방송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을 인용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 직후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임시 의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이날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많은 사람이 나에게 (하원)의장을 맡아달라고 전화하고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나라와 공화당, 국민을 위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한 만큼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하원 의장을 맡아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역대 하원의장이 현역 의원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 의장을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대통령직을 되찾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NBC뉴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하원 의장 출마를 고려해볼 수 있지만 하원의 과반 찬성표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하원 의장 경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