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야' 퀴어 연기로 돌아온 판빙빙…"여성들이여,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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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녹야'
한슈아이 연출, 판빙빙 이주영 주연

올해 국내 개봉을 앞둔 '녹야'는 한마디로 '여자들의 영화'다. 경제적 궁핍과 성폭력에 시달리는 두 여성이 극을 이끈다. 남성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난 이들의 연대와 사랑을 그린 로드무비다.

이야기는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일하는 진샤(판빙빙 분)의 어눌한 한국어로 시작한다. 이마엔 반창고를 붙이고, 여기저기 멍이 든 모습이다. 한국인 남편이 휘두루는 폭력에 시달린 탓이다. 진샤는 독립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쳇바퀴 같은 일상을 보낸다.

영화의 상징색은 초록색이다. 제목 '녹야'부터 우리말로 '초록색 밤'을 뜻한다. 초록머리 여자는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의 문신, 손톱 발톱까지 온통 녹색으로 분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외양으로 자유분방함을 나타내면서도, 평화와 안정을 향한 여성들의 염원을 드러낸다.
줄거리의 전개 방식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는 로드무비의 특성상 우연에 기대는 요소가 많다. 진샤와 초록머리 여자가 크게 다투고 헤어진 뒤 다시 만나는 장면,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공간에 들어서는 과정 등 많은 부분에서 개연성이 생략됐다.
혼란스러운 전개와 별개로, 작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영화는 "두려워하지 말아라 여성아"란 진샤의 독백을 되풀이하며 끝난다. 배우 판빙빙은 "감독진과 주연 배우, 통역까지 전부 여성으로 꾸려진 팀이 완성한 영화"라며 "때론 여성만이 여성을 진정 돕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