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내년 키워드는 '분초사회'…돈보다 시간이 중요"

소비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
서 내년 키워드 10개 발표

시간의 가성비 중시하는 '분초사회' 도래
모든 면에서 완벽한 '육각형 인간' 인기
자기와 비슷한 사람 소비 따라하는 '디토소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미래의창 제공
‘분초사회’. 소비 트렌드 전문가인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사진)가 꼽은 내년 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다. <트렌드 코리아 2024>를 펴낸 김 교수는 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요즘 사람들이 극도로 ‘시간의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흐름을 지칭하는 키워드”라며 “시간이 돈만큼, 혹은 돈보다 중요한 희소자원이 되면서 모두가 분초(分秒)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부서 회의 등 약속 시간을 10분 단위가 아닌 1분 단위로 잡고, 영화·드라마를 2배속 혹은 요약본으로 보는 것이 그런 예다. 쇼핑할 때는 최저가를 찾기보다 물건을 빨리 사서 시간을 아낀다.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회사 위치를 따지는 구직자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지 바빠서가 아니다. 김 교수는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패러다임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업도 이런 흐름을 쫓아야 한다. ‘믿고 살 수 있다’는 점은 최저가 못지않게 쇼핑몰의 중요한 덕목이 됐다. 식당은 손님이 줄을 서고, 메뉴 확인하고 주문하고 결제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육각형 인간’도 내년 트렌드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외모, 학력, 자산, 직업, 집안, 성격 등 모든 것에서 하나도 빠짐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며 “모든 가치를 숫자로 평가하는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동시에 계층 간 차별화를 강조하는 일종의 ‘담쌓기’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든 드라마에서든 ‘개천에서 용 난다’는 흙수저 신화는 인기가 식었다. 날 때부터 완벽한 주인공이 선호된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강박적인 완벽함을 반영하는 트렌드다.

이밖에 재미를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도파밍’, 가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남성상인 ‘요즘남편, 없던아빠’, 기업과 개인 모두 본업 외 새로운 일을 추구하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자신의 취향과 비슷한 사람의 소비를 따라 하는 ‘디토소비’ 등이 내년 트렌드 키워드로 꼽혔다. 김 교수는 이런 키워드의 앞 글자를 모아 ‘드래곤 아이스(DRAGON EYES)’를 내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제시했다. ‘화룡점정’이란 뜻이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등장했지만 인간이 마지막 점을 찍지 않으면 완벽하지 않다”며 “AI 시대에도 인간적인 역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표제어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