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특정대학 쏠림 '공기업 지역인재 의무채용',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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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취업 시즌이다. 수시 채용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학·고교 졸업 예정자들에겐 연례행사처럼 된 정기 채용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기관은 채용도 정부 시책에 따를 수밖에 없다 보니 정책이 중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정부는 지방 이전 공기업 등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해당 지역 인재를 채용하도록 의무화했다. 기업 이전만으로는 정체된 지방을 살리기에 부족하고, 현지 채용까지 해야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 각지 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긴 공기업은 해당 소재지의 고교 및 대학 출신 중에서 30% 이상을 뽑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지역 인재 전형 합격자의 89%가 같은 대학인 곳까지 나왔다. 신입 사원들이 특정 대학 동문회처럼 되면서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특정 학교 편중을 심화하는 지역 인재 의무 할당제, 이대로 둬도 될까.
지역의 대학 숫자가 뻔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가적 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인적 구성이 특정 대학 동문회나 동아리 모임처럼 되어선 안 된다. 가뜩이나 공조직의 치명적 문제점인 파벌이 조성되기에 충분한 환경이다. 지금은 신입 사원들이어서 그런 위험성이 덜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들이 중견 간부 이상이 되면 한국 특유의 ‘끼리끼리’ 폐쇄적·배타적 동문 문화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정부가 국립으로 세무대학을 세웠다가 없애버린 선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는 국세청에 필요한 세무 전문 인력을 국가 예산으로 길러내겠다는 취지로 세무대학을 세웠다. 이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설립 취지와 비슷하다.하지만 국세청의 근간인 조사국 등으로 배치된 세무대 출신들이 강력한 ‘세력’으로 커진 데다, 교육비를 본인이 부담하면서 세무공무원이 되려는 청년이 여전히 많은 점까지 감안해 논란의 세무대학을 결국 없애버렸다. 경찰 내 강력 ‘계파’처럼 된 경찰대에 대한 폐지 여론도 같은 차원이다.좋은 일자리가 제한된 시대에 청년 세대에 대한 기회는 균등하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더구나 청년 백수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공정과 개방’은 유보할 수 없는 가치다. 지역 인재 채용이 지역 내 불균형을 초래하고 그 안에서 쏠림현상까지 부채질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 고령화·청년급감 지방 살리기 일환…인구소멸 시·군 89곳, 제도 취지 살려야
아직까지는 제도 도입의 초기 단계인 만큼 지역 인재를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한 제도의 근본 취지를 주목해야 할 때다. 지방 인재 활용을 확대하자는 이 제도를 왜 도입했나.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각 지역은 인구 급감과 그에 따른 경제 위축 문제가 심각하다. 인구 소멸 지역으로 행정안전부가 적시한 기초 지방자치단체(시·군)가 89곳에 달할 정도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웬만한 정책으로는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벌어져 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는 범정부 차원에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본사를 각 지역으로 내려보내 지역 활성화를 꾀했다. 하지만 공기업을 내려보내도 간부들은 서울에 가족을 둔 채 본인만 지방에서 원룸 생활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나마도 주중에만 머물고 주말에는 서울로 가버려 토·일요일엔 혁신도시가 유령도시처럼 어두워졌다.이 때문에 정부가 아예 신입 사원 채용 때 지역 출신자를 강제로 뽑게 한 것이다. 지역에서 공부한 인재를 중용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면 과도하게 몰리는 서울 진학 현상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더해졌다. 전남의 한국전력공사, 전북의 국민연금공단, 대구의 한국가스공사 등에서 지역 출신 인재를 많이 채용해왔다. 정부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18년 18%를 시작으로 2022년 30%에 달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지역 인재 채용 비율을 높여왔다. 30% 이상이라는 중간목표에 달하면서 지역 출신자들이 다소 많은 경우가 나타나지만, 이제 정책적 효과가 발현하려는 단계일 뿐이다. 지금 제도를 다시 흔들어버리면 당초 취지는 어중간한 상태에서 유야무야될 공산이 크다. 지방 소멸 위기를 넘기려면 지역 학교 출신자를 우선으로 뽑는 것은 불가피하다. 오히려 더 늘려 뽑아야 한다. 그래야 서울로 진학하는 학생 수가 줄고,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자체도 개선된다.[반대] 지방의 특정 대학 기업내 파벌화 우려…세무대 폐교·경찰대 폐지론 이유 생각해봐야
전북 지역으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에서는 2020~2022년 지역 인재 전형 대졸 합격자 142명 중 112명(79%)이 전북대 출신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한국농어촌공사 같은 경우 43명 중 32명(74%)이 전남대 출신, 한국전력공사는 337명 중 203명(60%)이 전남대 출신이다. 대구의 한국가스공사는 이 3년간 지역 전형 합격자가 64%, 신용보증기금은 64%에 달했다. 임직원 500인 이상의 공공기관 19곳 중 지역 인재 전형 합격자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곳이 13곳이나 된다.지역의 대학 숫자가 뻔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가적 사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인적 구성이 특정 대학 동문회나 동아리 모임처럼 되어선 안 된다. 가뜩이나 공조직의 치명적 문제점인 파벌이 조성되기에 충분한 환경이다. 지금은 신입 사원들이어서 그런 위험성이 덜하지만 시간이 지나 이들이 중견 간부 이상이 되면 한국 특유의 ‘끼리끼리’ 폐쇄적·배타적 동문 문화는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정부가 국립으로 세무대학을 세웠다가 없애버린 선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거 정부는 국세청에 필요한 세무 전문 인력을 국가 예산으로 길러내겠다는 취지로 세무대학을 세웠다. 이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설립 취지와 비슷하다.하지만 국세청의 근간인 조사국 등으로 배치된 세무대 출신들이 강력한 ‘세력’으로 커진 데다, 교육비를 본인이 부담하면서 세무공무원이 되려는 청년이 여전히 많은 점까지 감안해 논란의 세무대학을 결국 없애버렸다. 경찰 내 강력 ‘계파’처럼 된 경찰대에 대한 폐지 여론도 같은 차원이다.좋은 일자리가 제한된 시대에 청년 세대에 대한 기회는 균등하게 보장해주어야 한다. 더구나 청년 백수가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공정과 개방’은 유보할 수 없는 가치다. 지역 인재 채용이 지역 내 불균형을 초래하고 그 안에서 쏠림현상까지 부채질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 생각하기 - 충청·영남·호남권 광역화도 대안…유학생 수용해 인재귀환 유도를
도입 취지는 살리되 유연성 있는 제도 운영이 절실하다. 가령 지역 인재를 채용하되 지역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남권·충청권·호남권으로 크게 보며 이 중에서 교차 지원·채용이 가능하게 광역화하면 특정 대학의 쏠림현상은 크게 완화될 수 있다. 지역에서 출생한 뒤 초등학교나 중·고교까지 졸업한 경우라면 서울 진학자라도 응시 기회를 줘야 인재의 지역 귀환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공부와 학문, 대학 선택의 자유는 보장하되 지역으로 인재 유(U)턴을 촉진하는 셈이다. 요컨대 지역 인재를 너무 대학 소재지 기준으로 획일화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순혈주의나 파벌 형성은 조직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한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시행하더라도 현행 제도에서는 특정 대학의 쏠림을 막기 어렵다는 인사담당자들의 고충에 주목한다면 유연한 제도 운영이 시급해 보인다.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