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두 번 실패는 없다'…베를린 참사, AG 7연패로 지운 여자양궁

베를린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한국 여자 양궁이 항저우에서 완벽하게 부활하며 '최강'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지난 8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3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양궁 대표팀은 금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 1개씩을 따냈으며, 다른 종목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특히 여자 단체전에서 거둔 성적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안산(광주여대), 강채영(현대모비스), 임시현(한국체대)으로 팀을 구성한 한국은 첫판이던 16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3-5로 패하고 말았다. 여자 단체전은 한국 양궁이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온 세부 종목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전대미문의 단체전 9연패를 이뤄냈고, 세계선수권에서는 1999년 리옹 대회에서 5위를 한 이래 단 한 번도 시상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대회 초반 여자 단체전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보면서 대표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두워졌다.
한국 선수 중 누구도 남녀 개인전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개인전·여자 단체전에서 메달을 한 개도 따내지 못한 것은 처음 출전한 1979년 베를린 대회 이후 4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베를린의 궂은 날씨가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됐다. 대표팀이 유럽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제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진천선수촌에 세계선수권이 열린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의 양궁 사로와 똑같은 '세트'를 마련하고 독일어 안내방송까지 틀어주는 등 대표팀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대한양궁협회는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도 '태극궁사'를 향한 신뢰는 이어갔다.

선수들의 기량과 정신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양창훈 여자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수에 연연하지 말고 더 대범해질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여자 대표팀은 흔들림 없이 전진했다.

8월 말 열린 2023 현대 월드컵 4차 파리 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가장 중요한 무대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보란 듯 금메달을 쐈다.

임시현, 안산, 최미선(광주은행)으로 팀을 꾸린 한국은 6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단체전 7연패에 성공했다.

8강전에서는 인도네시아를 6-0으로 완파, 두 달 전 패배를 되갚으며 가뿐하게 도전을 시작했다.

준결승에서는 이번 대회 컴파운드를 중심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인도를 6-2로 물리쳤고, 결승에서는 홈 팬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중국을 무너뜨렸다.

호흡은 완벽했다.

실수발이 나와도 곧바로 다음 사수가 9~10점을 쏘며 단단함을 유지했다.

베를린만큼의 악천후는 아니지만, 이슬비가 내리고 수시로 맞바람이 불던 날씨는 여자 대표팀의 금빛 도전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 금메달 '싹쓸이'를 예약해뒀다.

앞서 혼성전에서 임시현이 남자 대표팀 이우석(코오롱)과 함께 혼성전 금메달을 따냈다. 7일 열리는 개인전에는 임시현과 안산(광주여대)이 맞대결하기 때문에 3번째 금메달은 일찌감치 확보해 둔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