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거장' 욘 포세에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주요 작품들

간결하고 음악적인 언어로 인간 본연의 불안과 희망 그려
, , 등 국내 출간
‘거울’ ‘가을날의 꿈’ 등 희곡 작품도 국내 무대에 올라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사진=AFP연합뉴스
욘 포세는 ‘북유럽 문학의 기수’로 불린다. 북유럽 특유의 철학적이고 허무한, 그러나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해 탁월한 서사로 길어 올리는 작품을 써왔다. 간결하고 음악적인 언어, 제자리를 맴도는 듯한 불투명한 서사, 심연에 파묻힌 인생의 환영을 통해 인간의 본원적인 불안, 그리고 생명의 빛을 향한 희망의 시선을 소설, 시, 희곡 등의 작품에 녹여냈다.

그의 책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 데이미언 설스는 2015년 파리 리뷰에 글을 기고하면서 이렇게 평가했다. “노르웨이 작가 네 명을 비틀즈에 빗대면, 페르 페테르센은 견고하고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링고다. 다그 솔스타는 실험주의자이자 아이디어맨인 존이고,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는 귀여운 폴이다. 포세는 조용하고 신비롭고 영적인 조지이며, 아마 그들 중 최고의 장인이다.”
국내에 2019년 출간된 <3부작>에서 그런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잠 못 드는 사람들’과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 등 세 편의 중편 연작을 한 권으로 묶었다. 세상에 머물 자리가 없는 연인과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한 아이의 이야기다. 포세는 가난하고 비루한 그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소박하고 거룩한 사랑, 달콤씁쓸한 희망과 좌절, 사라지는 것들과 영원히 이어질 것들을 그 특유의 문장에 담아 아름답고 서글프게, 신비롭고도 짜릿하게 그려냈다.
초기작 <보트하우스>도 눈길을 끈다. 작중 화자의 불안감을 드러내며 시작하는 도입부는 많은 현대 노르웨이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름 없는 화자인 ‘나’와 그의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인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의 아내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이 관능적인 은유와 섬찟한 분위기 속에 펼쳐진다.
곧 국내 출간될 <멜랑콜리아 1-2>는 실존했던 노르웨이 출신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비극적 일생을 소설로 풀어낸 작품이다. 노르웨이 순뫼레문학상과 멜솜 문학상을 받았다. 강렬한 의식의 흐름 기법과 예술에서 ‘신성한 징조’를 찾아다니는 작가의 의지, 세월에 대한 잊히지 않는 명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포세의 희곡은 국내 연극 무대에도 올랐다. ‘가을날의 꿈’(송선호 연출·2006), ‘겨울’(김영환 연출·2006), ‘이름’(윤광진 연출·2007), ‘기타맨’(박정희 연출·2010), ‘어느 여름날’(윤혜진 연출·2013) 등이다. 그의 희곡은 가족 관계와 세대 간 관계를 통해 볼 수 있는 인생, 사랑과 죽음 같은 보편적인 삶의 모습들을 다룬다. 쉼표 너머의 침묵, 그리고 내밀한 뉘앙스가 담긴 대사가 특징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