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극단 옴니버스 희극 '굿닥터'…"진지한 코미디 속 인간애"

체호프 단편 원작…"동시대 관객도 고전 속 인간의 본성 공감할 것"
"애정을 가지고 연극을 보면 누구는 토닥여주고 싶고, 어떤 인물과는 술 한잔하고 싶고, 또 다른 사람은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했죠."
6일 개막하는 서울시극단의 옴니버스 희극 '굿닥터'를 연출한 김승철은 첫 공연 직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휴머니티에 무게 중심을 뒀다"고 말했다. '굿닥터'는 브로드웨이의 전설적인 작가 닐 사이먼이 러시아 문호 안톤 체호프의 익살스러운 단편들을 묶은 작품으로 1973년 초연됐다.

연극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 작품은 익살스러운 이야기 속에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과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서울시극단 공연에서는 '재채기', '가정교사', '치과의사', '늦은 행복', '물에 빠진 사나이', '생일선물', '의지할 곳 없는 신세', '오디션' 총 8개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 이날 시연한 '재채기'는 소심한 하급 공무원이 자신의 최고 상관인 장관의 머리에 재채기한 뒤 끊임없이 이 실수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준다.

'가정교사'는 급료를 주지 않으려는 고용주의 부당한 처사에도 "알겠다", "괜찮다"고 말하는 가정교사를, '치과의사'는 치통에 고통스러워하는 사제의 이를 뽑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치과 조수를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그린다.

극 중 인물들은 모두 융통성이 없고 극단적이다. '재채기'의 하급 공무원은 장관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성가시게 사과를 계속하고, '가정교사'의 가정교사는 두 달 치 보수로 80루블을 받아야 하는데도, 고용주의 억지에 10루블만 받고도 생글생글 웃는다.

'치과의사'의 조수는 이를 뽑아본 경험도 없으면서 사제를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이들은 답답하고 때로는 잔인하게 보이지만, '짠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짜증 날 만큼 소심하고, 바보처럼 착하고, 남의 고통은 가볍게 무시하는 모습은 사실 정도만 다를 뿐 누구에게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김 연출은 "체호프 원작에 담긴 인간애가 짙게 밴 여운이 깊은 작품"이라며 "'재채기'는 재채기에 집착하는 인물이 바보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애정을 가지고 보면 그 인물의 여린 마음이 보인다.

가정교사 역시 극 중 인물처럼 한없이 착한 사람들이 사회에 드물게 있어 사회가 돌아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굿닥터'는 단순히 웃고 넘길 작품이 아니라 진지한 코미디다"라며 "때로는 웃으면서, 때로는 안타까워하면서, 때로는 슬퍼하면서 보다 보면 각 에피소드가 끝났을 때, 그 속에 등장한 인물에게 연민이든 사랑이든 인간애를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19세기 러시아에서 탄생한 작품을 원작으로 삼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연출은 "고전은 주제가 보편적이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서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준다"며 "100여년 전 작품이긴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위와 동기, 개연성을 잘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충분히 비슷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동시대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1월 12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