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동 걸린 대학개혁…신입생 선발, 등록금·재정 자율도 시급

교육부가 대학 개혁에 나섰다. 정원의 30%를 전공 구분 없이 선발하도록 해 융복합 연구의 걸림돌이 되는 ‘전공의 벽’을 허물겠다고 한다. 교육부 공무원들 위성 보직인 국립대학 사무국장 스물일곱 자리를 개방형으로 내놓고 부 내의 대학규제혁신국도 없앤다. 요컨대 교육부부터 대학 관련 기득권을 내려놓을 테니 대학과 교수들도 부응하라는 압박이다.

교육 개혁은 노동·연금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 과제다. 하지만 추락한 교권 문제 등 초·중등학교 현장의 갖가지 모순점과 과열 대학입시를 둘러싼 카르텔 논란만 불거졌을 뿐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대학에 대한 교육부의 개혁 의지는 늦었지만 평가할 만하다.반세기가 넘도록 대학마다 거의 천편일률적인 전공·과·단과대학 학제의 폐단은 한둘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총력전에 나선 반도체 육성에서 인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지만 희망 대학에서의 전공자 증원조차 제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의사 부족에 적기 대응이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해묵은 ‘전공·학과 칸막이’가 큰 걸림돌이다. 그 이면에는 교수집단의 기득권이 작용하는 게 주지의 사실이다. 적어도 국공립대학에서는 교육부가 당연직으로 누려온 사무국장 자리를 내놓겠다고 한 만큼 대학도 변해야 한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일 뿐이다. 선택의 여지도 없다.

이번 조치가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공의 벽 허물기에 나서겠다며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주겠다”거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별화하겠다”는 대목을 보면 ‘관제 개혁’의 한계가 엿보인다. 언제까지 헌법보다 무서운 가이드라인 행정에 기대고, 보조금·지원금을 내세워 일일이 간섭할 텐가. 원칙이 세워졌다면 실행은 대학에 맡기고, 그에 대한 평가도 입시 및 교육시장에 맡겨 부실 대학은 퇴출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땅에 떨어진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율 개혁에 나서게 하려면 대학 스스로가 건학 이념에 맞는 인재를 책임지고 잘 선발하도록 교육부는 입시에서부터 손 떼는 게 맞다. 15년째 교육부가 억지로 동결시킨 등록금도 자율에 맡기고 대학 개혁을 외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