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어코 이균용 부결시킨 野, 사법시스템까지 방탄 소재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며 사법 공백 사태를 만들어냈다. 대법원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인 국가 사법시스템의 정상 작동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뜩이나 밀리는 판결의 추가 지연은 물론이고 전원합의체 재판, 대법관·헌법재판관 임명, 법관 인사 지체 등 무수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제시한 결격 사유가 억지스럽다는 점에서 당리당략만 앞세웠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주요 반대 이유로 비상장주식 10억원 재산신고 누락, 부적절한 역사 인식, 시대에 뒤떨어진 성인지 감수성을 꼽았지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재산신고 누락 비상장주식은 배우자 자녀 등과 함께 23년 전에 저가에 증여받은 처가 회사 주식으로, 재산 증식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더 꼼꼼히 챙기는 게 옳았다. 하지만 관련 규정 변경으로 최근(2020년)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된 데다, “처가 쪽 재산분배 문제라 인식 못했다”는 해명에 수긍되는 측면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수차례 신고 누락이 있었다. 땅 아파트 콘도 등의 등록을 장기간 누락한 후보(박범계 의원)를 민주당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불과 2년 전이다. ‘뒤틀린 역사 인식’이라는 비난도 건국 시점, 위안부·징용자 등 대법원장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던진 뒤 답변 말꼬리를 잡아 왜곡한 것이다. ‘성폭행범 봐주기 판사’라는 프레임에선 악의가 감지된다. 성범죄 전담 항소심 재판부로서 1심 간 양형 편차를 줄이는 필수 과정의 일이었으며, 엄중 처벌 사례도 많다는 해명이 수긍할 만하다.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법부 수장을 볼모로 잡았다는 의구심이 커진다. 원내대표는 ‘이런 인물을 계속 보내면 두 번 세 번도 부결시킬 것’이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역대 최악 사법부’를 만든 김명수 전 대법원장처럼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판사라야 가결시키겠다는 오만 아닌가. 사법부 표류야말로 야당이 늘 앞세우는 민생에 직격탄이다. 이해관계 조율을 통해 국민의 경제활동을 보호하고, 불법을 단죄해 안전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민생 그 자체다. 168석 완력으로 판사들을 길들이고, 자기 당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하려는 ‘방탄 속셈’이라는 비판에 민주당은 떳떳할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