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바이오 프린팅 놀랍네 !…이젠 뇌·심장까지 만들어요

헬스케어 인사이드

3D 프린터로 만든 세포조직
쥐의 머리 속에 이식하자
기존 신경세포와 신호 교환

세포 등 생체물질 재료로 사용
2027년 시장규모 33억弗 전망
흔히 ‘3차원(3D) 프린팅’이라고 하면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을 녹여 원하는 모양대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떠올리곤 합니다. 이런 3D 프린팅 기술이 바이오업계로 넘어오면 차원이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플라스틱 대신 세포 등 생체물질을 재료로 사용해 뇌, 심장 등의 장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먼 미래 이야기는 아닙니다. 쥐의 머리에 이식한 3D 프린팅 뇌가 신호를 주고받는 데 성공하고, 인공 심장이 3개월간 쉬지 않고 뛰는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세계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3D 프린팅한 대뇌피질 조직을 (쥐) 뇌에 통합하기’라는 주제의 연구 결과가 실렸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재료로 2층짜리 대뇌 피질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대뇌 피질은 층층이 쌓인 뉴런이 다시 수직으로 쌓여 있는 구조입니다. 기존 조직공학적 방법으로는 만들 수 없던 조직인데,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작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뽑아낸 뇌세포 조직을 쥐의 뇌에 이식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뇌 신경세포 조직과 인공 조직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기능적·구조적으로 통합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는 3D 인공 조직을 활용해 미래의 맞춤형 이식 치료술에 대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3D 바이오 프린팅은 맞춤형 인공 뼈나 지지체, 인공 장기를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바이오 기술입니다. 인공 뼈나 지지체는 이미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인공 장기가 시장에 출시된 사례는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장기 부족 문제로 사망하는 사람이 하루 21명에 달하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인공 장기를 만들어 상업화하는 것이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목표입니다.최근 3D 바이오 프린팅과 관련한 또 다른 연구 결과가 사전출판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실렸습니다. 이번에는 인공 심장입니다. 독일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 연구진은 심장 근육세포를 3D 프린팅해 만든 심실이 3개월 이상 박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심근세포 등을 재료로 해 실제 인간 심실의 6분의 1 크기인 작은 인공 심실을 만들었습니다. 심실은 프린팅된 지 1주일 후부터 박동하기 시작했으며 100일 넘게 이어갔습니다.

아직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초기 단계인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장기 기증 없는 세상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약 등을 개발할 때 임상시험에서 동물 대신 인공 장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세계 3D 바이오 프린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3억달러(약 1조7500억원)에서 2027년 33억달러(약 4조4500억원)로 커질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제약·바이오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3D 바이오 프린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특히 재료(바이오 잉크) 다양화를 위한 소재 개발과 임상 활용 범위 확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