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CEO교체, 실적전망 하락...론자發 위기일까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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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매출 비중 높은 론자, 전망치 낮추고 CEO도 사임세계 1위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스위스 론자가 바이오업황 및 실적 부진 영향으로 갑자기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됐다. CDMO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론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수요가 강하다고 보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빅파마 매출 비중 높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잘나가 '대조적'
론자 ADC 투자 확대 "장기적으론 ADC, CGT 등 전망 밝아"
임기 남은 CEO 갑작스런 교체...세계 CDMO 1위 론자에 무슨일이?
외신에 따르면 론자는 피에르 알랭 루피외 CEO가 지난달말 돌연 사임을 발표하면서 현재 이사회 의장인 알버트 베니가 임시 CEO를 맡고 있다.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바이오업계 자금경색에 따른 CDMO 물량 감소로 실적이 둔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규 공장 증설 일정이 2년 연기된 것도 충격이 큰데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비전문가를 활용했다는 구설수에 오른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올해 초 론자는 2023년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6.5% 성장에 그쳐 전년 동기 성장률(16.8%)과 큰 차이를 보였다.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부문에서도 10.8% 성장으로 전년 동기(13.6%)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베니 CEO는 최근 성명에서 "최근 몇 달은 의심할 여지 없이 어려운 시기였지만 업계 리더로서 추가 성장을 위한 많은 기회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러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론자는 오는 17일 스위스 자본시장의 날에 향후 전략과 전망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론자 실적 하락 배경엔 발주처(바이오기업)의 불리한 자금조달 및 금리 환경도 영향을 끼쳤다. 서근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 기조로 바이오테크의 자금조달 및 실적 부진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론자는 건강기능식품 캡슐 수요 약세와 더불어 바이오테크 고객의 초기 약물 개발 및 CGT 분야에서의 프로젝트 진행이 감소했다고 언급했다"며 "론자의 생산시설 증설이 성장과 수익성을 보장하지 않을 것으로 시장에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홀로 웃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의 실적과 달리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두차례나 올해 매출 전망치를 올렸다. 바이오테크 매출 비중이 높은 론자와 달리 삼성바이로로직스는 글로벌 대형제약사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전년(3조13억원)보다 20% 증가한 3조6016억원으로 지난 4일 공시했다. 올 들어 2조7000억원의 수주를 기록해 작년 한해 수주를 넘어선 역대 최대 수주 기록도 달성했다.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론자의 CEO교체 사태는 론자만의 문제일 뿐 CDMO업계 전체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쟁사는 주춤해도 우리는 웃고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CMO 총수주 금액은 20.6억달러로 전년대비 248% 성장했으며 이 중 신규수주는 78%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CDMO 3사 중 유일하게 상반기 37% 성장(전기 대비)을 기록해 성장률이 떨어진 중국 우시바이오(-10.6%), 론자(-3.7%)와 대비되는 성과를 보였다"고 했다.경쟁사와 달리 CDMO 매출의 90% 이상을 후기 임상 또는 상업화 제품을 생산하는 데서 창출하는 사업 구조를 갖춘 점도 최근 바이오업황 악화로부터 자유로운 부분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도광양회' 론자, ADC 투자 확대...CGT도 장기전망은 밝아
대신 론자는 ADC분야에 희망을 걸고 있다. 론자는 최근 스위스 비스프 공장에서 ADC의 상업적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 한 곳과 장기적으로 협력키로 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론자는 1500㎡공간에 고도로 자동화된 생산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2026년 운영이 시작되면서 180여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이로인해 론자의 관련 생산능력은 4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글로벌 ADC 분야의 주요 공급자인 론자는 최근 항암제에 관련 ADC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ADC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CDMO 공장은 많지가 않아 론자의 영향력이 크다"며 "아직까지 CGT보다는 기존 단일 항체를 이용하는 ADC가 유망하다고 보고 이분야에 대한 수요와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CGT시장의 성숙을 늦추고 ADC시장의 확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CGT에 대한 악재도 단기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CGT CDMO 강자인 론자의 경쟁력이 유효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CGT 전문가는 "론자도 CGT에 대한 미래 전망 및 계획을 크게 바꾸진 않았다"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도 다품종 소량의 첨단 의약품은 자체 생산을 목표로 준비중이고 나머지 제품들만 CDMO업계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로 빨리 생산하는 경쟁력을 바탕으로 당장 수요가 높은 항체의약품 CDMO시장에서 세계 선두에 올랐다"면서도 "신기술이 적용된 첨단 의약품 공정에 대비하지 않으면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 후지필름 등에 언제든지 추월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0일 9시 42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