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공 없는 움직임'의 달인…황선홍호의 득점왕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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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뛰고 불쑥 문전에 나타나 '툭'…중요한 순간마다 득점포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4호 득점왕…유럽 무대서 오래 뛸 발판 마련 '행복한 결말'로 끝난 '황선홍호'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정에서 가장 크게 공헌한 선수를 꼽자면 단연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해 대회 3연패를 이룬 황선홍호는 27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정우영이 혼자 8골을 몰아쳤다.
득점의 '영양가'도 높았다. 이번 대회 황선홍호의 포문을 연 선수는 정우영이었다.
대회 첫 경기인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1차전 시작 3분 만에 정우영은 득점을 신고했다.
전반 45분과 후반 3분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해트트릭을 달성한 정우영의 활약 덕에 황선홍호는 첫 경기를 무려 9-0으로 이겼다. 기록적 대승을 거둔 이 경기는 이후에 황선홍호의 순탄한 여정을 펼쳐짐을 알리는 듯했다.
금메달을 따는 데 '최대 고비'로 꼽힌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정우영이 펄펄 날았다.
황선홍호가 2-1 승리를 거뒀는데, 득점이 모두 정우영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 경기에서 정우영의 진가가 드러났다. 정우영은 이 경기에서 2골을 넣기 위해 찼던 슈팅은 딱 2번이었다.
게다가 2번의 득점 과정에서 정우영이 공을 소유한 시간은 합쳐도 2초를 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전 시작 5분 만에 엄원상(울산)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툭 밀어 넣은 정우영은 1-1로 팽팽하던 전반 38분에는 혼전 끝에 수비가 놓쳐 문전으로 흐른 공을 또 가볍게 차 넣었다.
두 번째 득점 장면을 보면 정우영은 또 어느새 문전에서 '발견'됐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왼발 크로스가 상대 수비벽에 막혀 하프라인까지 공이 흘렀을 때만 해도 정우영은 페널티아크 뒤에 있었다.
재차 공이 페널티박스로 공급되는 순간, 갑자기 정우영이 홀로 문전으로 뛰었다.
다른 선수는 움직이지 않고 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백승호의 헤딩 패스가 이한범(미트윌란)과 경합하던 사이다자마트 미르사이도프와 아사드베크 라키므조노프를 지나 정우영에게 흘렀다.
아무도 막는 이가 없던 정우영은 그렇게 불쑥 공 앞에 나타나, 골키퍼 앞에서 가볍게 툭 차 넣어 2-1을 만들었다.
황선홍호는 이 스코어를 지켜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대망의 결승전에서도 정우영의 '한방'이 팀을 구했다.
0-1로 뒤진 전반 27분 황재원(대구)의 크로스가 수비수 키를 넘어서 오자 헤딩으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어렵게 동점을 만든 황선홍호는 후반 11분 조영욱(김천)의 후속 득점이 터져 역전승을 일궜다. 이같이 공이 없을 때도 생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게 정우영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정우영은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왕성하게 움직인다.
단거리 전력 질주도 빨라서 수비수가 이리저리 뛰는 정우영의 움직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는 정우영이 유럽 무대 도전을 통해 갈고 닦은 자신만의 무기다.
2018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정우영은 2019년 프라이부르크로 적을 옮겼고, 4년을 뛰다가 올여름 슈투트가르트(이상 독일)에 입단했다.
벌써 세계 정상급 리그로 평가되는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만 5년째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우영은 공이 없어도 팀에 공헌하는 선수로 성장해온 것이다.
화려한 공격진을 갖춘 황선홍호에도 수비수를 따돌리고 동료들의 패스, 크로스 등을 마무리할 선수가 필요했다.
8골을 넣는 과정에서 정우영이 보여준 드리블은 딱 2회에 불과했다.
쿠웨이트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을 때 수비수를 따돌리고 가속하면서 두 번 드리블한 게 전부다.
나머지 장면에서는 모두 동료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머리와 발을 이용해 가볍게 골로 연결했다.
정우영은 아시안게임 득점왕의 영예도 누렸다.
우리나라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득점왕을 배출한 건 총 세 차례가 있었다. 1990년 서정원(4골), 1994년 황선홍(11골), 2018년 황의조(9골)까지 선배들이 득점왕에 올랐는데, 정우영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최고의 활약으로 우승까지 거머쥔 이번 대회의 경험은 정우영에게도 뜻깊다.
금메달에 따르는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정우영은 향후 유럽 무대에서 오래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선수 경력에 대한 걱정을 덜고,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할 환경을 스스로 구비한 것이다.
독일 스포츠 매체 키커는 지난 5일 슈투트가르트 역시 정우영의 금메달 소식을 고대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키커는 "우승한다면 군복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선수(정우영)과 구단(슈투트가르트) 모두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짚었다.
정우영은 이번 대회에서 등번호 7번을 달고 뛰었다. 한국 축구의 간판이자 A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번호다.
/연합뉴스
한국 선수 아시안게임 4호 득점왕…유럽 무대서 오래 뛸 발판 마련 '행복한 결말'로 끝난 '황선홍호'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정에서 가장 크게 공헌한 선수를 꼽자면 단연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우승해 대회 3연패를 이룬 황선홍호는 27골을 넣었다.
이 가운데 정우영이 혼자 8골을 몰아쳤다.
득점의 '영양가'도 높았다. 이번 대회 황선홍호의 포문을 연 선수는 정우영이었다.
대회 첫 경기인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1차전 시작 3분 만에 정우영은 득점을 신고했다.
전반 45분과 후반 3분 연이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해트트릭을 달성한 정우영의 활약 덕에 황선홍호는 첫 경기를 무려 9-0으로 이겼다. 기록적 대승을 거둔 이 경기는 이후에 황선홍호의 순탄한 여정을 펼쳐짐을 알리는 듯했다.
금메달을 따는 데 '최대 고비'로 꼽힌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정우영이 펄펄 날았다.
황선홍호가 2-1 승리를 거뒀는데, 득점이 모두 정우영의 발끝에서 나왔다. 이 경기에서 정우영의 진가가 드러났다. 정우영은 이 경기에서 2골을 넣기 위해 찼던 슈팅은 딱 2번이었다.
게다가 2번의 득점 과정에서 정우영이 공을 소유한 시간은 합쳐도 2초를 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전 시작 5분 만에 엄원상(울산)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툭 밀어 넣은 정우영은 1-1로 팽팽하던 전반 38분에는 혼전 끝에 수비가 놓쳐 문전으로 흐른 공을 또 가볍게 차 넣었다.
두 번째 득점 장면을 보면 정우영은 또 어느새 문전에서 '발견'됐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왼발 크로스가 상대 수비벽에 막혀 하프라인까지 공이 흘렀을 때만 해도 정우영은 페널티아크 뒤에 있었다.
재차 공이 페널티박스로 공급되는 순간, 갑자기 정우영이 홀로 문전으로 뛰었다.
다른 선수는 움직이지 않고 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백승호의 헤딩 패스가 이한범(미트윌란)과 경합하던 사이다자마트 미르사이도프와 아사드베크 라키므조노프를 지나 정우영에게 흘렀다.
아무도 막는 이가 없던 정우영은 그렇게 불쑥 공 앞에 나타나, 골키퍼 앞에서 가볍게 툭 차 넣어 2-1을 만들었다.
황선홍호는 이 스코어를 지켜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대망의 결승전에서도 정우영의 '한방'이 팀을 구했다.
0-1로 뒤진 전반 27분 황재원(대구)의 크로스가 수비수 키를 넘어서 오자 헤딩으로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어렵게 동점을 만든 황선홍호는 후반 11분 조영욱(김천)의 후속 득점이 터져 역전승을 일궜다. 이같이 공이 없을 때도 생산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게 정우영의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정우영은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왕성하게 움직인다.
단거리 전력 질주도 빨라서 수비수가 이리저리 뛰는 정우영의 움직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는 정우영이 유럽 무대 도전을 통해 갈고 닦은 자신만의 무기다.
2018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한 정우영은 2019년 프라이부르크로 적을 옮겼고, 4년을 뛰다가 올여름 슈투트가르트(이상 독일)에 입단했다.
벌써 세계 정상급 리그로 평가되는 독일 분데스리가 생활만 5년째다.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우영은 공이 없어도 팀에 공헌하는 선수로 성장해온 것이다.
화려한 공격진을 갖춘 황선홍호에도 수비수를 따돌리고 동료들의 패스, 크로스 등을 마무리할 선수가 필요했다.
8골을 넣는 과정에서 정우영이 보여준 드리블은 딱 2회에 불과했다.
쿠웨이트전에서 두 번째 골을 넣을 때 수비수를 따돌리고 가속하면서 두 번 드리블한 게 전부다.
나머지 장면에서는 모두 동료들이 만들어준 기회를 머리와 발을 이용해 가볍게 골로 연결했다.
정우영은 아시안게임 득점왕의 영예도 누렸다.
우리나라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득점왕을 배출한 건 총 세 차례가 있었다. 1990년 서정원(4골), 1994년 황선홍(11골), 2018년 황의조(9골)까지 선배들이 득점왕에 올랐는데, 정우영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최고의 활약으로 우승까지 거머쥔 이번 대회의 경험은 정우영에게도 뜻깊다.
금메달에 따르는 병역 혜택을 누리게 되면서 정우영은 향후 유럽 무대에서 오래 활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선수 경력에 대한 걱정을 덜고,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할 환경을 스스로 구비한 것이다.
독일 스포츠 매체 키커는 지난 5일 슈투트가르트 역시 정우영의 금메달 소식을 고대 중이라고 전한 바 있다.
키커는 "우승한다면 군복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선수(정우영)과 구단(슈투트가르트) 모두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짚었다.
정우영은 이번 대회에서 등번호 7번을 달고 뛰었다. 한국 축구의 간판이자 A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번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