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개월] '승부처' 수도권 민심 예측불허…"민생 대안이 승부 관건"

서울·경기, '중간 지대' 상당수…인천, '이재명 재선' 여부 최대 관심
"정쟁, 양극단 지지자들에게만 중요" "교통 등 지역위해 뛸 후보 선택"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은 어느 선거 때보다 표심의 향방을 가늠하기 힘든 모습이다. 상당수 지역구에서 양당의 각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권자들은 정당보다는 인물, 정책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여 승부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 서울은 총선 체감 아직…상당수 '중간 지대'
서울 유권자들은 아직 내년 국회의원 총선 전망이나 표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인 서울은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만하지만, 지역구별 인구구조에서 영남, 호남 등 어느 지역 출신 비율이 높은지, 연령대와 성별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등이 선거 결과에 반영되는 복잡한 지역이기도 해 좀처럼 표심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선거일이 아직 반년이나 남은 데다가 총선 후보군과 대진표 등이 전혀 확정되지 않은 안갯속 판세인 점은 서울에서 아직 총선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또 유권자 상당수가 여야 간 극한 대치 속에서 현실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중간 지대에 머무르면서 정치색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점 역시 총선 무관심 정서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부 유권자들은 "여당도 야당도 모두 싫다"며 아예 정치 혐오를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민생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념보다는 실물 경제에서 실질적 도움을 줄 정치 세력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회사원 이모(36) 씨는 "정쟁은 양극단의 지지자들에게만 중요하다"며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민생을 안정시킬 대안을 제시하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MZ'로 상징되는 젊은 층 유권자들은 자신의 개인적 이익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연구원 김모(32) 씨는 "정부가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면서 내가 있는 연구소도 타격이 크다"며 "내년에 투표할 때 이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기도 '관망' 우세…"여의도 정치보다 지역 일꾼을"
전국 최다인 59석의 경기도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1석을 석권했다.

하지만 반년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도 이같은 의석수가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지역 정치 1번지로 단일 기초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5석이 배정된 수원시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했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과 각축이 예상된다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온다.

수원시 영통구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모(41) 씨는 "여의도 정치보다 수도권 교통상황 개선 등 지역을 위해 뛰어다닐 후보를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같은 영통구의 초등학생 학부모인 박모(38) 씨는 "영통구와 광교신도시를 염두에 둔 학군 개편 이슈가 있는데 실현 가능한 것인지, 우리 자녀에게 뭐가 이익인지 등을 따져서 투표할 생각"이라고 했다.

총선 때마다 여야가 살얼음판 승부를 가린 성남시 분당구 등 접전 지역은 더욱 안갯속이다.

판교역 광장에서 호떡 노점을 하는 오모(72) 씨는 "점포 선반에 신문지를 깔아놓는데 싫어하는 정치인 얼굴이 보이면 화를 내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총선까지 아직 반년 정도 남았으니 여야가 어떻게 하는지 좀 더 지켜보고 어느 당, 어떤 후보를 뽑을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신도시 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유권자 유형이 급변한 지역도 승부는 예측불허다.

평택시의 한 정당인은 "평택지역은 최근 1년 새 8만명이 유입했고, 6만명이 전출할 정도로 인구 변동이 큰 곳"이라며 "고덕신도시 개발, 삼성전자 고덕 사업장 확장 등 다양한 개발 호재에 따라 유권자 변동도 심해서 표심을 예측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기북부지역도 총선 단골 메뉴인 '균형 발전'과 '분도(分道)' 등이 아직 이슈화되지는 못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의정부시의 주부 김모(48) 씨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 정치 현안보다 물가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가 엄마들 모임에서 많이 나오는데 전 정부를 탓하는 의견과 국정 운영 미숙 주장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 인천 유권자 반응도 엇갈려…이재명 재선 여부 최대 관심사
역대 선거 때마다 전국 판세와 비슷한 결과를 보여 '민심의 풍향계'로 여겨지는 인천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아직은 많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재선 여부가 지역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대표는 작년 6·1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첫 입성했다.

계양을은 5선을 달성한 송영길 전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기도 하다.

계양구 주민 조모(32) 씨는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 탓에 정작 지역구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는 지역 발전에 적합한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계양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모(42) 씨는 "계양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어서 내년 총선에 이 대표가 나오든 말든 민주당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며 "이변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인천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진앙이 된 상황도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대목이다.

3선의 윤관석(남동을) 의원은 2021년 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송영길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현역 의원들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돈봉투 20개를 받은 혐의로 지난 8월 구속됐다.

초선 이성만(부평갑) 의원도 같은 시기에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며 기각됐다.

이들 의원은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이후 탈당해 현재는 무소속이다.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이슈가 터지면서 인천의 지역구별 여야 대진표를 포함한 내년 총선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최찬흥·박경준·최평천·김상연·이우성·최해민·최종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