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6개월] 호남 민심 "민주당 마음에 안들어도…국민의힘이 대안? 글쎄"

새만금 예산삭감에 "與후보 찍을 생각이었는데…귀닫은 여당보면서 마음 바꿔"
일각에선 "민주당 독주로 변한게 뭐가있나…與후보에 기회줘야 지역발전 도모"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는 내년 총선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로 '국민의힘이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느냐'를 든다. 민주당 싹쓸이 전망 속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선전'이 당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와 영장 기각,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 여당의 이념 논란 제기, 지역 예산 삭감 등 이슈가 잇따르면서 총선을 앞둔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성토 분위기가 강한 광주에서는 민주당이 마뜩잖지만, 선택지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난 5일 광주 충장축제 현장에서 만난 유정현(64)씨는 "1년 반 넘게 검사 수십명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고 200번 이상 압수수색했다.

유신·군부 시절에나 하던 정치 수사를 하는 정부와 집권당을 어떻게 지지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이 소외된 지역구를 잘 챙긴 것도 아니어서 마음에 안 들지만 국민의힘이 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경수(52)씨도 "올해 초만 해도 광주·전남·전북에서 각각 한두명이라도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검찰의 무리한 수사 등을 보며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전남과 전북도 정치 현안에 이어 국가산단과 도로 조성 등 사회간접자본(SOC)·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에 대한 불만이 더해져 정부 여당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기류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나주시민 김영균(55)씨는 "지방은 일자리가 없어 인구 소멸 문제가 갈수록 심각한데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구 개발에 투자를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순천에서 근무하는 장모(44)씨는 "순천정원박람회장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까지 줄줄이 와서 각종 지원을 약속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반짝 관심과 공언(空言)이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커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후폭풍을 겪은 전북의 민심은 더 싸늘하다.

전주 완산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모(49)씨는 "국민의힘이 전북에 관심과 애정이 있기는 한가.

해놓은 거 없는 민주당이 미워도 국민의힘은 절대 안 찍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정부가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계기로 내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78%를 삭감한 데 대한 서운함이 강하게 묻어났다.

이모(43)씨는 "전북 민주당 의원들의 활약이 미미해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생각이었는데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에만 떠밀고 도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여당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처럼 호남 지역민들은 제1야당이자 다수당임에도 국회 안에서조차 제 역할을 못 하는 민주당이 실망스럽지만, 지금은 정부·여당 견제가 더 우선이라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지역 정치권은 보고 있다.

광주에 사는 직장인 김동현(37)씨는 "'방탄 단식'은 아니겠거니 했던 이재명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하고 민주당 내에서도 가결 파 징계를 운운하며 싸움만 해 실망스러웠다"며 "그래도 장관 임명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을 볼 때 윤석열 정부와 여당을 지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민주당 절대 우세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고 고질적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고 싶어도, 국민의힘이나 정의당 등에 표를 줄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순천 토박이인 최용규(68)씨는 "전남 동부권에는 국민의힘의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문 기사를 봤는데 바닥 정서는 조금 다르다"며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고 박람회 등에 공헌을 한 이정현 전 의원 외에는 크게 언급되는 인물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힘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주에 사는 한 40대 초반 부부는 "민주당 독주로 변한 게 뭐가 있느냐"며 "정권과 협력할 수 있는 국민의힘 후보에게 기회를 줘야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광주에 사는 대학생 임민서(23)씨는 "이준석·용혜인 같은 정치인의 발언에 공감하는 친구들도 상당한데 아무래도 호남 안에서는 그런 인물을 찾기 힘들다"며 "여당이나 소수 정당에서 특출난 후보라도 나오면 모를까 지금은 선택지가 너무 좁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