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쉽게"…맥도날드 '키오스크 2.0'

기업 인사이드

장애인 배려 키오스크 도입
미국 이어 전 세계 두번째로

인건비 부담↑…필수불가결
"직원 한명 몫 할 수 있어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확산한 키오스크는 이제 외식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특히 취급하는 메뉴의 특성상 매장 운영이 다른 음식점보다 더 시스템적으로 이뤄지는 햄버거 퀵서비스레스토랑(QSR) 업계에선 키오스크가 필수 구성 요소로 입지를 굳힌 모양새다.

이에 따라 주요 햄버거 업체는 시각장애인, 고령자 등 무인화 바람에서 소외될 수 있는 소비자들을 위해 키오스크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키오스크 2.0’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QSR 업계 1위 한국맥도날드는 이런 흐름 속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업계에서 받는다.

대세가 된 키오스크

8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한국맥도날드는 현재 전국 400여 개 매장의 80%에 달하는 330여 개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 직전 해인 2019년부터 키오스크 설치에 본격적으로 나서 팬데믹 기간에 속도를 높였다. 그 결과 키오스크 도입률(전체 매장 중 키오스크 설치 매장 비율)은 2018년 59%에서 현재 80%로 급상승했다.

그나마 맥도날드는 비(非)수도권 등 지역 매장이 적지 않아 키오스크 도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버거킹, KFC, 노브랜드버거의 경우 도입률이 95%를 넘어섰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선호 문화, 최저임금 급상승 등의 이유로 최근 2~3년 새 키오스크가 대세가 됐다”며 “서버가 필요 없고 메뉴 구성이 단출한 QSR 업계는 키오스크 없이 매장을 기획하는 사례가 지금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키오스크를 직원처럼

키오스크가 매장 구성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를 잡으면서 QSR 업계에선 키오스크 고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더 이상 키오스크가 주문만 받는 1차원적인 기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게 주요 기업들의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맥도날드는 키오스크가 크루(매장 직원) 한 명 몫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하도록 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업그레이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내 16개 매장의 장애인 배려 키오스크(사진)에 음성 안내 소프트웨어와 터치패드를 탑재한 것도 그 일환이다. 전 세계 맥도날드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시각장애인 고객이 키오스크 하단에 개인 이어폰을 연결하면 음성 안내가 송출된다. 화면의 모든 구성 요소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어 직원 도움 없이 메뉴를 주문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는 게 맥도날드의 설명이다.

디지털 약자 대상 교육도

시력이 나쁜 고객, 고령층 고객을 위한 ‘돋보기 모드’, 휠체어를 탄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화면 높이를 조정한 ‘아래 화면 모드’ 등도 적용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7월 시각장애인 단체 대표 4인이 참석한 가운데 시연행사를 열고 이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서울 내 시각장애인 복지기관, 맹학교, 직업훈련원 인근의 16개 매장을 우선 도입 매장으로 선정했다.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병행한다. 한국맥도날드는 4월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연내 일부 매장에서 고령층 대상 키오스크 이용실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비대면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정보 격차에 따른 소외 계층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며 “고령층, 장애인, 유아 동반 고객 등 다양한 고객의 주문 편의를 높이는 건 회사 전체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