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일 국감 시작,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 또 들을 건가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내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정부 부처 등 791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열린다. 국정 운영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의 근본 취지를 살려 경제난 극복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줘야 마땅하다. 유감스럽게도 매년 정책 감사는 실종되고 지루한 정쟁으로 날을 새우는 병폐가 반복돼 왔다.

올해도 국감 시작 전부터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민생과 희망, 책임을 내건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도 집중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정권심판론을 정면으로 내세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바로잡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정부에 파상적 공세도 예고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책임론, 김건희 여사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도 공세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나오는 사안은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고 했다. 국감을 총선 전략과 연계해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국감이 정쟁의 장, 이념 논쟁으로 변질할 우려를 한층 키우고 있는 것이다. ‘기업 군기잡기’ 구태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준조세 성격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 문제를 따지겠다고 그룹 총수들을 부르겠다고 한다. 이런 문제들이 정책 감사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나.

우리 경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3고(高) 장기화에 더해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 등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위험 수위에 다다른 가계부채는 서민들을 벼랑으로 몰고 있다. 경제·안보 쓰나미가 몰려온 지 오래인데도 정치권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야당은 노조 특혜 등 반시장적 법안, 선심성 법안의 강행 처리 궁리뿐이다. 경제위기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엄혹한 시기에 진짜 민생을 위한다면 여야는 소모적 공방 대신 국감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가려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당리당략에 매달려 국감을 온통 총선 주도권을 잡고, 기업인 발목잡기 기회로 삼으려 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