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눈치 못챈 CIA·모사드…세계 최강 첩보기관의 '굴욕'

이스라엘 자랑 아이언돔도 뚫려
< 네타냐후 긴급회의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7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긴급 내각회의를 열고 하마스 공격의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스라엘 모사드 등 정보기관들이 이번 사태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하면서 이들의 첩보 능력에 구멍이 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화연합뉴스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해온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해 허를 찔렸다. 이스라엘이 ‘철통’이라고 자부하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과 국경 경보 체계도 무력화됐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3년 이스라엘은 유대교 속죄일(욤 키푸르)에 이집트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했고, 이를 계기로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해외 첩보를 맡는 모사드와 국내 첩보 담당 신베트 등 양대 정보기관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왔다. 첩보영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모사드는 중동에서 가장 넓은 첩보망과 자금력을 갖춘 조직으로 꼽힌다.하지만 모사드는 하마스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폭력을 유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이스라엘의 강력한 군사 대응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를 공격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하는 등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도 하마스가 공격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인 미국 CIA도 정보력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진주만 기습과 같은 일이 이날 이스라엘에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로켓 수천 발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정보기관들은 관련 징후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 대원들이 국경을 넘을 때 쓴 수단 중 하나인 ‘전동 패러글라이더’의 중요성도 간과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패러글라이딩 훈련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2014년 나왔지만,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 등이 이에 다시 주목한 적은 없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미사일 요격 시스템 아이언돔도 이번에 허점을 드러냈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날 하마스가 약 2200발의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지만, 이 중 몇 발을 요격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