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경쟁력 10위권…제조업 강점 살려 산업용 모델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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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욱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초거대 인공지능(AI)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이재욱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사진)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는 하나의 도구일 뿐, 이것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하느냐는 빅테크만의 영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오픈AI처럼 인재 영입도 필수"
LLM을 헬스케어, 교육, 엔터테인먼트, 커머스 등 어느 분야에 적용하느냐는 해당 분야의 기업 몫이라는 뜻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센터장은 이를 인공지능 ‘플러스X’ 전략이라고 부른다. 마치 방정식에서 변수 X처럼 다양한 AI 기술이 산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한국은 첨단 제조에 특화한 AI를 개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이 교수는 “아직 데이터 보안 등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가 있지만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지렛대로 하는 산업용 AI는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시대에도 플랫폼 종속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지적하면서도 “모든 혁신에서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서 생성형 AI는 인류가 지식을 창출하고 학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이미 코파일럿 등의 AI 기반 자동 코딩 기술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고, 더 나아가 코딩을 배우지 않은 일반인도 인간의 언어를 통해 원하는 코드를 생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플랫폼 구축에 대해서도 판을 바꿀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데이터브릭스, 스노우플레이크, 허깅페이스 등도 AI 시대 플랫폼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고 국내에도 역량 있는 기업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한국은 AI 기술 경쟁력 부문에서 상위 10위권에 속한다고 이 교수는 분석했다. 구글이 아닌 토종 검색 엔진이 시장점유율 1위인 국가는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정도뿐이다. 이 교수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인적 교류”라며 “오픈AI가 빠르게 성장한 이유 중 하나가 구글 브레인을 포함해 다른 빅테크의 핵심 인력을 흡수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의 혁신 법칙은 의외로 단순하다”며 “최고의 대우와 개방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을 빨아들이고,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혁신을 빠르게 전파한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의 이직이 지식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LLM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려면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핵심 인력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