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中수출 통제…오픈소스 기술까지 확대하나

설계 기술 '리스크파이브'
美 정계 "中이 이용" 주장
오픈소스(개방형) 반도체 설계 기술인 ‘리스크파이브(RISC-V)’가 미·중 기술 전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리스크파이브를 통해 중국 기업이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미국 정치권에서 나왔다.

로이터통신의 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마이클 맥카울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은 리스크파이브를 대중국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 리스크파이브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명령어 집합 구조(아키텍처)다.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쓰인다. ARM,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사들이 자사의 아키텍처를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판매하는 반면 리스크파이브는 무료로 배포된다. 교육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미국 정치권은 리스크파이브가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맥카울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지식재산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을 우회하기 위해 리스크파이브를 남용하고 있다”며 “미국인은 수출 통제를 약화하는 중국의 기술 이전 전략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이 조치하지 않으면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리스크파이브 기술은 스위스에 있는 리스크파이브국제협회가 관리하고 있다. 미 상무부 출신 수출 통제 전문 변호사인 케빈 울프는 “오픈소스 기술을 규제하는 일은 드물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리스크파이브와 관련해 통제가 이뤄질 경우 미국 기업의 출혈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반도체 설계사 퀄컴은 리스크파이브에 기반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NXP, 보쉬 등과 협력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리스크파이브 반도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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