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 만들던 회사라고요?"…벤츠·BMW도 손내민 이유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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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 화승코퍼레이션 허성룡 대표1950년대 부산에서 고무신을 만들던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산업용 고무 생산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신발을 넘어 고무를 원료로 하는 자동차 부품산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벤츠, BMW, GM 등 글로벌 유수의 모빌리티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화승코퍼레이션이 그 주인공이다.
올 상반기 매출 8356억원, 혁신 거듭해 성장
자동차에 들어가는 특수고무 대부분 생산 관여
방위산업 등 다각화, 수리온 헬기 연료탱크도 제작
신소재 TPE 개발, 셀라니즈와 글로벌 경쟁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화승코퍼레이션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허성룡 대표는 “고무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운을 떼면서 자사를 ‘테크기업’으로 소개했다. 허 대표는 “수십년 간 쌓인 노하우 덕에 갖고 있는 고무 배합 기술이 2000여종에 달한다”며 “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발전, 방산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853억원, 영업이익 431억원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에도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 8356억원, 영업이익 392억원을 기록했다. 허 대표는 “악재가 없는 이상 연말까지 이 기세를 이어갈 것 같다”며 “거기에 내부 개선 활동까지 더해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수 고무 업계 독보적인 1위
고무는 크게 타이어 등에 쓰이는 범용고무와 화학제품에 들어가는 특수고무로 나뉜다. 화승코퍼레이션은 국내 특수고무 업계 독보적인 1위다. 창립할 때부터 이어져 온 '고무 DNA'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특수고무는 200℃ 이상의 고온 조건에서도 탄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무 제품 중에 타이어를 제외하고 직접 만들거나 만들 수 있는 소재를 공급한다. 주요 제품으로 외부 소음, 빗물, 먼지의 차 내 유입을 막아주는 실링 제품(웨더 스트립)과 각종 오일류·유압원을 자동차 주요 장치에 전달하는 고무호스 제품 등이 있다. 허 대표는 “자동차 보닛을 열면 호스가 많은데 우리 제품이 엄청 들어간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화승은 최근 빼어난 기술력을 갖춘 덕분에 최근 방위산업 등 사업 다각화를 이뤄냈다. 허 대표는 “해군 잠수함이 적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 기능 중 하나로 음향 흡수체를 만들어 공급한다”며 “수리온 헬기 연료탱크를 고무로 국산화해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에 철강이 들어가던 부분을 고무 제품으로 대체하면서 무게가 가벼워지고, 용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친환경 신소재 TPE 자체 개발
화승코퍼레이션의 야심작은 신소재 ‘TPE(Thermo Plastic Elastomer·열가소성 엘라스토머)’다. TPE는 부드러운 감촉과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특성을 고루 갖춘 고무 대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소재 특성상 성형이 쉬워 첨가제 등의 추가 화학물질이 필요하지 않고, 일반 고무제품보다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이 덜 들어있는데다 100%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소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자체 개발했을 뿐 아니라 양산해 제품 생산에 넣고 있다. 허 대표는 “세계 1위인 셀라니즈가 국내 시장에서도 제일 잘 나갔지만, 이제는 우리가 국내 점유율을 역전했다”며 “앞으로 이 분야를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승코퍼레이션은 TPE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 부산 명례공장을 증설하고 있다.1985년 화승과 인연을 맺은 허 대표는 어느덧 입사 40년을 앞두고 있다. 허 대표는 “업계 선두이지만,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분야를 선도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