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먹거리'의 몰락…"그 부서 가기 싫다" 직원들도 외면 [정지은의 산업노트]

인력 구조조정 등 '메타버스' 사업 축소
관련 사업부 기피 현상까지

글로벌 투자 1년새 70% 줄어
생성AI에 관심 빼앗겨
게임·통신·플랫폼 ‘공통 고민’
컴투스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 컴투스 제공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꼽히던 메타버스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업이 하나둘 늘고 있어서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뎌, 사업 존속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사업 축소·구조조정 잇따라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기술(IT) 기업 곳곳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게임업체는 물론이고 통신 3사까지 관련 사업 계획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침체기에 ‘밑이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할 수 없다는 게 공통 고민으로 꼽힌다.올해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하고 두 달 만에 관련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 ‘컴투버스’가 대표적이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사업 계열사인 컴투버스는 지난달부터 임직원 130여 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희망퇴직 신청 시 3개월 치 기본급을 주고, 퇴직을 원하지 않으면 다른 계열사로 이동시켜준다는 내용이다. 컴투스 측은 “국내외 메타버스 산업 환경을 감안하면 몇 년 내 매출 성장이나 비용 구조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표’ 메타버스도 표류 중이다. 카카오의 증손회사로 메타버스 플랫폼 운영을 담당하던 ‘컬러버스’도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40~5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웹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금융·게임·커뮤니티 등 여러 기업과 협업을 추진했지만 경영난 악화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SK텔레콤, KT 등 일부 통신사에선 메타버스 관련 부서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통신사 임원은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운 와중에 돈과 시간만 까먹는다는 손가락질도 받는다”고 말했다.해외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 메타 역시 메타버스 관련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8월까지 2만여 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투자도 뚝…빙하기 언제까지

업계에선 ‘메타버스 빙하기’가 몇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수요 자체가 1~2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게 주된 이유다. 올 들어 엔데믹으로 비대면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가 주춤해진 데다,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관심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는 전언이다. 미국 테크넥스트에 따르면 올해 메타버스 관련 검색량 및 검색 관심도는 지난해보다 약 71% 급감했다. 메타버스 관련 투자도 작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투자는 5억8670만달러(약 7915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20억달러(약 2조6980억원)와 비교하면 약 70.7% 감소했다.

생성AI에는 투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생성AI 관련 투자는 6억1280만달러(약 8267억원)에서 23억달러(약 3조1027억원)로 2.8배 가까이 늘었다.

그렇다고 아예 철수하기도 어렵다고 기업들은 토로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메타버스 투자를 일단 이어가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익성엔 도움이 안 되지만 10년 뒤든 20년 뒤든 언젠가는 분명히 클 시장”이라며 “미래 준비도 필요한데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