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업체서 '산업용 고무 巨人' 된 화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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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룡 화승코퍼레이션 대표1950년대 부산에서 고무신을 만들며 출발한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손꼽히는 산업용 고무 생산 기업으로 우뚝 섰다. 신발을 넘어 고무를 원료로 하는 자동차 부품산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기아뿐 아니라 벤츠, BMW,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유수 모빌리티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화승코퍼레이션이 그 주인공이다.
매출 1.5조…특수고무 1위 굳건
자동차·방산·발전시장도 개척
지난 6일 여의도 화승코퍼레이션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허성룡 대표는 “고무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라는 예상 밖 내용으로 말문을 열었다. 허 대표는 “수십 년간 쌓인 노하우 덕에 확보한 고무 배합 기술이 2000여 종에 달한다”며 “자동차뿐 아니라 에너지 발전,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크기업’으로서 자부심을 드러낸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화승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조5853억원, 영업이익 431억원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에도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 8355억원, 영업이익 3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11%, 영업이익은 4.5배 증가했다.
고무는 크게 타이어 등에 쓰이는 범용고무와 화학제품에 들어가는 특수고무로 나뉜다. 화승코퍼레이션은 국내 특수고무업계 독보적인 1위다. 특수고무는 200도 넘는 고온 조건에서도 탄성을 유지해야 한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무 제품 중에 타이어를 제외하고 직접 만든 제품이나 만들 수 있는 소재를 공급한다. 주요 제품으로 외부 소음, 빗물, 먼지의 차 내 유입을 막아주는 실링 제품(웨더 스트립)과 각종 오일류·유압원을 자동차 주요 장치에 전달하는 고무호스 제품 등이 있다.화승은 빼어난 기술력을 갖춘 덕분에 최근 방산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이뤄냈다. 허 대표는 “해군 잠수함이 적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 기능 중 하나로 음향 흡수체를 생산해 공급한다”며 “수리온 헬기 연료탱크를 고무로 국산화해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에 철강이 들어가던 부분을 고무 제품으로 대체해 무게가 가벼워지고 용량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허 대표의 설명이다.
화승코퍼레이션의 야심작은 신소재 ‘TPE(열가소성 엘라스토머)’다. TPE는 부드러운 감촉과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특성을 고루 갖춘 고무 대체 소재로 주목받는다. 소재 특성상 성형이 쉬워 첨가제 등의 추가 화학물질이 필요하지 않고, 일반 고무 제품보다 환경호르몬 등 유해 물질이 덜 들어있는 데다 100%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소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자체 개발했을 뿐 아니라 양산해 제품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1985년 화승과 인연을 맺은 허 대표는 입사 40년을 앞두고 있다. 허 대표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