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부터 네이버까지…벤처 역사엔 '창업가 정신'있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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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국내 벤처들 ‘도전의 역사’에서 비롯됐습니다. 1세대 창업가 집단을 형성한 ‘거인’들의 발자취는 그 기틀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벤처창업학회장을 역임한 전성민 가천대 교수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테헤란 밸리’에서 시작된 국내 창업가들의 뿌리를 톺아봅니다. 수익화가 가능할 때까지 도전하는 ‘창업가 정신’은 공통된 의식이라는 분석입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로, 인터넷,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존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리더십을 갖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최근 ‘테헤란밸리 스토리: 벤처에서 스타트업으로’ 책을 쓰며, 1차 벤처 붐 시기의 역사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자 했다. 현재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는 임대료가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인터넷 도입 초기인 1990년대에는 광화문이나 여의도보다 저렴한 사무실이 많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는 공실률이 치솟아 임대료가 크게 떨어졌다. 이후 닷컴과 벤처 창업 열풍이 불며 ‘테헤란 밸리’라는 말이 생겨났고, 많은 창업가가 몰려들었다. 초기 벤처기업의 창업자들은 서울대 공대와 KAIST 출신들이 주를 이루었다. 삼보컴퓨터의 이용태, 양지원공구의 송호근 등이 선구자였고, 큐닉스 컴퓨터의 이범천, 휴맥스의 변대규, 메디슨의 이민화 등이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여 IT 제품을 만들었다. 한편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네이버의 이해진, 한게임의 김범수, 넥슨의 김정주, 네오위즈의 나성균 등이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초기 벤처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의 랩이나 동아리에서 컴퓨터 및 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창업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자율적이고 유연한 기업 문화가 형성되었고, 대학가에 창업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을 통한 기술 투자는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새롬기술은 획기적인 인터넷 전화 서비스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999년 10월 미국에 다이얼패드를 출시한 새롬기술은 출시 3개월 만에 19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국내에서도 5일 만에 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급성장했다. 한때는 코스닥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는 등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브랜드 사용료와 배너 광고수익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은 안정적이지 못했고, IT 버블 붕괴 이후 회사 내 갈등도 커지면서 성장을 지속하지 못했다.
투자가 끊기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온라인 플랫폼들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 이는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일반적 속성대로 고정 비용은 높고 가변 비용은 낮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처음 만드는 데는 높은 초기 비용이 들지만, 일단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면 가변 비용이 낮아져 일반적인 비용 구조의 사업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음과 네이버가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과정은 창업가들의 부단한 실험이 필요하다. 정보서비스에 대한 월정액 과금 모델이나 디지털 아이템 판매 비즈니스 모델도 초기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네오위즈의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은 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아이템을 판매했다. 채팅 사이트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아이템을 유료화하는 시도를 했는데, 회사 내에서도 누가 그래픽 쪼가리에 돈을 내겠냐며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모델을 실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몇십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의구심을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로 인해 스타트업과 전통 기업 간 갈등이 증가하고, 규제 혁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스타트업이 실험을 거듭해야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산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다음 세대를 위해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창업가를 응원해야 할 때다.
전성민 전 벤처창업학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교수는 창업 경험이 있는 교수로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이며, 제15대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역임하고 윤민창의투자재단 사외이사,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문가 모니터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정책, 플랫폼 전략, 디지털 콘텐츠 및 비즈니스 모델 등을 연구 중이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로, 인터넷,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ICT 기술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되고 기존 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리더십을 갖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1차 '벤처붐'이 만든 대학가 변화상
2010년과 2020년,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10대 기업이다. 10년 사이에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2개에서 7개로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어서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최근 ‘테헤란밸리 스토리: 벤처에서 스타트업으로’ 책을 쓰며, 1차 벤처 붐 시기의 역사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고자 했다. 현재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는 임대료가 가장 높은 지역이지만, 인터넷 도입 초기인 1990년대에는 광화문이나 여의도보다 저렴한 사무실이 많았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는 공실률이 치솟아 임대료가 크게 떨어졌다. 이후 닷컴과 벤처 창업 열풍이 불며 ‘테헤란 밸리’라는 말이 생겨났고, 많은 창업가가 몰려들었다. 초기 벤처기업의 창업자들은 서울대 공대와 KAIST 출신들이 주를 이루었다. 삼보컴퓨터의 이용태, 양지원공구의 송호근 등이 선구자였고, 큐닉스 컴퓨터의 이범천, 휴맥스의 변대규, 메디슨의 이민화 등이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여 IT 제품을 만들었다. 한편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네이버의 이해진, 한게임의 김범수, 넥슨의 김정주, 네오위즈의 나성균 등이 소프트웨어 및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초기 벤처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대학의 랩이나 동아리에서 컴퓨터 및 인터넷과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창업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자율적이고 유연한 기업 문화가 형성되었고, 대학가에 창업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벤처 역사, '정부·삼성·코스닥'이 견인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는 정부와 삼성의 역할도 컸다. 오명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과학기술 관료로서 전국 대학 컴퓨터 서클연합회를 파격적으로 지원하여 소프트웨어 인재 그룹이 형성되는 데 기여하였다. 삼성도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SSM)을 운영하여 재능 있는 대학생들에게 IT 분야 창업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러한 지원 덕분에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서 시간을 같이 보내며 대단한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코스닥 시장을 통한 기술 투자는 스타트업 생태계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새롬기술은 획기적인 인터넷 전화 서비스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1999년 10월 미국에 다이얼패드를 출시한 새롬기술은 출시 3개월 만에 19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국내에서도 5일 만에 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급성장했다. 한때는 코스닥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는 등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하지만, 브랜드 사용료와 배너 광고수익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은 안정적이지 못했고, IT 버블 붕괴 이후 회사 내 갈등도 커지면서 성장을 지속하지 못했다.
투자가 끊기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온라인 플랫폼들은 단기간에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와 공급자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 이는 ‘정보재(information goods)’의 일반적 속성대로 고정 비용은 높고 가변 비용은 낮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처음 만드는 데는 높은 초기 비용이 들지만, 일단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면 가변 비용이 낮아져 일반적인 비용 구조의 사업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음과 네이버가 이러한 사례에 해당한다.
비즈니스 실험, 창업가 정신 '분투' 기다리며
다음은 무료 이메일 서비스 한메일넷으로 회원이 급격히 증가한 후 커뮤니티를 만들어 큰 인기를 얻었다. 네이버는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하여 인터넷 검색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투자자로부터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모델에 수익성이 없었던 네이버는 한게임과의 합병을 통해 자금 흐름을 확보하고 웹툰과 지식인과 같은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키워드 광고 등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게 되었다.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과정은 창업가들의 부단한 실험이 필요하다. 정보서비스에 대한 월정액 과금 모델이나 디지털 아이템 판매 비즈니스 모델도 초기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네오위즈의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은 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아이템을 판매했다. 채팅 사이트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아이템을 유료화하는 시도를 했는데, 회사 내에서도 누가 그래픽 쪼가리에 돈을 내겠냐며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 모델을 실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몇십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의구심을 불식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디지털 경제의 가속화로 인해 스타트업과 전통 기업 간 갈등이 증가하고, 규제 혁파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스타트업이 실험을 거듭해야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고 산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다음 세대를 위해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창업가를 응원해야 할 때다.
전성민 전 벤처창업학회장‧가천대 경영학부 교수
전성민 교수는 창업 경험이 있는 교수로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이며, 제15대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역임하고 윤민창의투자재단 사외이사,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문가 모니터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스타트업 정책, 플랫폼 전략, 디지털 콘텐츠 및 비즈니스 모델 등을 연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