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에 안 밀려요"…삼성전자의 '초격차 다짐'

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를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다소 밀린다는 평가에 대응해 신제품 개발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차세대 메모리 신제품을 쏟아낼 계획이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부사장·사진)이 10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4를 2025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세대 제품인 HBM3E를 고객사에 샘플 공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뒤 1024개의 구멍(데이터 통로)을 뚫어 연결한 제품이다.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 가속기 등에 들어가는 제품으로 최근 수요가 몰리고 있다.하지만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다소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까지 AI가속기 선두기업인 엔비디아 등에 HBM3을 독점 공급해왔다. SK하이닉스와 HBM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2016년 세계 최초로 고성능 컴퓨팅(HPC)용 HBM 사업화에 처음 나섰다”며 “AI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했고 2~4세대 HBM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 첨단패키징, 테스트까지 반도체의 모든 제조 과정을 책임지는 ‘반도체 턴키(일괄 진행) 서비스’로 AI 반도체 시대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황 부사장은 “HBM과 함께 2.5차원·3차원 첨단 패키지를 비롯한 맞춤형 턴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AI·HPC 시대에 적합한 최고의 서비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CXL D램과 PIM을 비롯한 미래형 메모리 사업 청사진도 공개했다. CXL은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CXL을 활용한 D램은 서버에서 데이터가 필요할 때 ‘외장하드’처럼 활용할 수 있다. PIM은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 처리를 돕는 D램이다. 황 부사장은 “챗GPT와 같이 수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기기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은 치명적”이라며 “최근 개발한 HBM-PIM은 메모리 대역폭의 병목 현상을 개선했고, 작업 성능을 12배가량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CXL D램에서 PIM 구조를 구성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달 개발한 LPCAMM(LPDDR 부착 모듈)에 대한 기대도 컸다. LPCAMM은 저전력 D램 LPDDR을 여러 개 묶은 PC·서버용 차세대 모듈 제품이다. 황 부사장은 “LPCAMM은 기존 제품에 비해 탑재 면적이 최대 60% 작은 만큼 노트북 등을 얇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며 “여기에 성능은 종전제품에 비해 최대 50%, 전력 효율은 최대 70% 좋아 노트북은 물론 데이터센터에서도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D램 시장의 변곡점이 되는 10나노(㎚·1㎚=10억분의 1m) 이하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며 “AI 시대에 세상이 원하는 초고성능·초고용량·초저전력 메모리 제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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