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가 발레리나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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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손태선의 그림과 발레 사이직업 중에서 인류가 만든 도덕, 즉 권력자가 만든 룰에 대항할 수 있는 직업은 아티스트 뿐이다.예를 들어보자. 의사는 팔꿈치를 엉덩이라고 할 수 없다. “팔꿈치에 주사를 놓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엉덩이에 놓아서는 안되니까.
하지만 아티스트는 된다. 미학에는 허구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가령 초록색으로 어떤 선을 직선으로 그려 넣고는 “갈대밭이다”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술가는 감성적인 부분을 꺼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오감이 교차 하듯이 말이다. 눈으로 먹고, 코로 들을 수 있는 것을 오감 교차라고 할 수 있겠다.발레는 주로 뛰고, 날 듯이 뛰고, 그러고는 서 있는다. 주로 하체의 움직임이 주된 동작이다. 하체는 버티되 상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화로워야 한다. 그런데 다리가 없는 인어공주가 발레를 하면 어떤 동작이 나올까? 다리에 따로 인어 분장을 하지 않아도 앉아 있는 자세와 자태 만으로도 인어를 표현할 수 있다. 옆으로 비스듬하게 앉아서 두 다리를 붙이고 지느러미처럼 움직이면서 상체만으로 모든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사진1. 누운 체로 인어를 표현하는 발레리나)(사진2. 인어 분위기의 의상을 입고 춤추는 발레리나)'에리얼'이라는 인어공주는 사람처럼 바다 위에서 사는 것을 꿈꾼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지 않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인데, 벌써부터 비극이 느껴진다. 에리얼의 아버지 트라이튼은 바다를 다스리는 왕이다. 트라이튼은 이런 비극을 감지한 것인지, 바다 위의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에리얼을 물 위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그 말을 들을 리가 없는 에리얼은 계속해서 바다 위로 가고,폭풍우가 심하게 치는 어느날 큰 배에서 떨어지는 왕자를 구한다. 정신을 차린 왕자는 에리얼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를 느꼈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래서 왕자는 자신을 구한 에리얼을 애타게 찾는다. 에리얼 역시 에릭 왕자를 다시 보고 싶어한다.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에리얼은 바다 마녀 '우슬라'에게 자신의 목소리와 다리를 교환한다.(그림1.다리를 가지게 된 에리얼을 표현한 그림)하지만 둘의 사랑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왕자는 눈앞의 에리얼을 보고도 그녀가 그녀인지 느끼지 못했고, 에리얼은 눈앞의 왕자를 보고도 내가 네가 찾는 그녀라고 말할 목소리가 없다. 에리얼의 눈앞에 왕자가 있었지만 에리얼은 혼자였다.
인어공주는 19세기 안데르센의 동화다. 21세기에 여전히 19세기의 예술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에 일어난 혁명과 제작 방식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태도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고전을 읽고 대하는 이유는 그 시대에 머물고 싶어서가 아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려면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의 것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비껴가는 지점을 살피라는 의미이다. 나의 작품으로 대중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지, 대중에 의해 나의 작품이 흔들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며, 위대한 작품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