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능개편안엔 일단 대체로 긍정 평가…변별력 확대방안 고심 대학들 "교과성적, 학생부, 면접 등 활용…정부가 입시 자율권 줘야"
정부가 10일 수능 선택과목을 없애고 고교 내신을 5등급 상대평가로 바꾼다는 내용을 담은 2028학년도 입시개편안을 발표하자 주요 대학들은 "기존 입시제도보다는 개선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입학전형에 따라 변별력 확보를 고민하는 모양새다. 정시 전형에 학교 교과평가를 반영하고 수시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내신 성적 외에도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서울대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 행정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대는 (입학전형을) 하던 대로 운영할 것이고 원칙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의 개편안 중 수능 선택과목을 없애는 것에 대해 "그동안 수능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시초를 닦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내신 5등급 체제에 대해서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현행처럼 1등급을 학생 4%에만 부여하는 건 우수인재 확보 차원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서울대는) 본고사 부활 (방침)도 아닐 것이며 심화수학(응시 의무화)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서울대는 지금 당장 수능이나 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뀐다고 해도 여태 평가하던 방식을 엄청나게 바꿀 필요는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과와 문과 구분이 없는 가운데 학생 평가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천 본부장은 "지금도 가능하다.
저희는 서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다"며 "학생부 종합전형은 이미 등수뿐 아니라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해서 어떤 깊이로 공부했는지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정시 전형의 내신 교과평가 반영률을 확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파격적으로 확대할 생각은 없고 현재 반영하고 있는 정도가 적절하다고 본다. 수능 시험이 어떻게 출제될지 보면서 교육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정시 전형에서 수능 성적 이외에 교과 평가를 반영해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
천 본부장은 "가장 중요한 건 교육부가 대학 자율성을 강조했다는 점"이라며 "이 자율성을 활용해 (대입 전형이) 교과과정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변경해나가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년 뒤를 예고하는 시안이 나온 단계"라며 "서울대는 2028년도 대입전형이 실시되기 1년 10개월 전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서울 주요 대학들도 교육부의 개편안을 반기면서 변별력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환 고려대 인재발굴처장은 "교육부가 공정성 확보와 융합 교육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느꼈다"면서도 "자칫 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학교별로 전형 설계를 할 수 있는 자율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시와 함께 교과 성적이나 학생부를 더 꼼꼼히 보는 등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창완 연세대 입학처장은 "5등급제라도 내신 상대평가가 전 학년으로 확대됐다는 측면에서 기존 입시제도보다는 나아졌다"고 말했다.
손 처장은 "개편안에서의 내신 1등급 학생 수는 기존의 1, 2등급 학생을 합친 숫자이기 때문에 입학생을 선별하기 위해서는 수능 성적이나 면접 등 전형요소를 추가하거나 강화하는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상훈 숭실대 입학처장은 "9등급 상대평가 때보다 변별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시 전형을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신 성적만 보던) 학생부 교과 전형에 면접, 교내 활동 내역 등 학생부 종합전형의 여러 요소를 추가해 학생들이 얼마나 고교 생활을 열심히 했는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는 정시 전형의 주를 이루는 수능시험의 변별력을 보완할 장치 마련에 대해서도 고심 중이다.
조 처장은 "서울대나 고대처럼 정시에 수능 성적 외에 학생부의 정성·정량평가를 도입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숭실대 정시 전형에는 수능 성적만이 반영된다.
이정환 명지대 입학처장도 "지금은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을 골자로 평가했다면 정시에서도 학생부의 여러 요소를 평가기준으로 도입하는 게 보완책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했다. 수능 사회·과학탐구 영역이 모두 선택과목 없이 공통과목으로 바뀌는 것에 대해 이 처장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학습 내용 격차가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