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기성세대 편견이 韓 저출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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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 간담회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학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를 설명하며 평생에 걸친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韓출산율 0.86명" 정확히 짚으며
"남자들의 인식 변해야 오를 것"
日 육아휴직, 최고로 관대하나
정작 어느 기업도 잘 활용 못해
골딘 교수는 “남자는 경제학이 금융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 뛰어들고, 여자는 경제학이 금융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 뛰어들지 않는다”며 “하지만 둘 다 틀렸다”고 말했다. 경제학은 단순히 돈과 수치의 흐름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한 인간의 전반적인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골딘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어린 제자들에게 “경제학은 △인간 △불평등 △여성 노동력 △건강 △웰빙에 관한 학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젠더 간 임금 격차를 평생 연구한 것도 경제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일문일답.▷연구 주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종종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노동시장의 임금과 직업 차이에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로스쿨을 졸업한 두 명의 남녀 변호사가 결혼해 아이를 갖거나 연로한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면 집엔 항상 대기 중인 누군가가 있어야 합니다. 보통 여자는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유연성이 있으면서도 수입이 낮은 일을 얻고, 남자는 항상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대기하는 대신 수입이 많은 직업을 맡습니다. 이는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에 반영됩니다. (아이와 노인 관련) 돌봄 분야에 관련된 가격을 낮추는 공공 정책이 여성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입니다.”
▷1970년대부터 노동시장에서 젠더 격차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습니까.“제가 처음 고(故)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경제사 연구를 시작했을 때 관련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포겔 교수는 계량경제사학계 세계적 권위자이자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그는 당시 미국 노예제도의 경제학에 관한 저서인 <십자가의 시간(Time on the Cross)>을 연구하고 있었고, 저는 그중 소주제인 도시 환경에서의 노예 제도를 맡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흑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백인 여성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면서 젠더 간 임금 격차 연구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선 저출산이 큰 문제입니다.
“0.86명이죠. 합계출산율 말입니다.”▷맞습니다. 한국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성별 격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경제 변화, 사회 변화가 빠를수록 우리는 전통과 더 많이 충돌하게 됩니다. 20세기 후반 한국보다 더 빠른 경제적 변화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지나치게 빠른 변화는)은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합니다. 미국은 훨씬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동일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는 변화에 익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단기간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적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육아휴직과 관련해 최고의 정책을 가진 국가 중 하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관대합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라도 그런 정책을 잘 적용하고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 정부에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조언을 해준다면요.“사회의 기성세대들을 재교육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딸보다 아들의 마음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기성세대 말입니다. (남성들의 저출산에 관련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노벨상 외에 연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제가 쓴 많은 책과 글이겠지요. 노벨상 수상 발표 후 학생들로부터 받은 200통의 이메일도 대단한 성과입니다.”
케임브리지=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