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기성세대 편견이 韓 저출산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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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 간담회
"韓출산율 0.86명" 정확히 짚으며
"남자들의 인식 변해야 오를 것"
日 육아휴직, 최고로 관대하나
정작 어느 기업도 잘 활용 못해

골딘 교수는 “남자는 경제학이 금융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 뛰어들고, 여자는 경제학이 금융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 뛰어들지 않는다”며 “하지만 둘 다 틀렸다”고 말했다. 경제학은 단순히 돈과 수치의 흐름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한 인간의 전반적인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게 그의 철학이다. 골딘 교수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어린 제자들에게 “경제학은 △인간 △불평등 △여성 노동력 △건강 △웰빙에 관한 학문”이라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젠더 간 임금 격차를 평생 연구한 것도 경제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일문일답.
▷연구 주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종종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노동시장의 임금과 직업 차이에 반영됩니다. 예를 들어 로스쿨을 졸업한 두 명의 남녀 변호사가 결혼해 아이를 갖거나 연로한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면 집엔 항상 대기 중인 누군가가 있어야 합니다. 보통 여자는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유연성이 있으면서도 수입이 낮은 일을 얻고, 남자는 항상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대기하는 대신 수입이 많은 직업을 맡습니다. 이는 노동시장의 성 불평등에 반영됩니다. (아이와 노인 관련) 돌봄 분야에 관련된 가격을 낮추는 공공 정책이 여성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것입니다.”
▷1970년대부터 노동시장에서 젠더 격차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제가 처음 고(故) 로버트 포겔 시카고대 교수와 함께 경제사 연구를 시작했을 때 관련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포겔 교수는 계량경제사학계 세계적 권위자이자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그는 당시 미국 노예제도의 경제학에 관한 저서인 <십자가의 시간(Time on the Cross)>을 연구하고 있었고, 저는 그중 소주제인 도시 환경에서의 노예 제도를 맡았습니다. 이 연구에서 흑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백인 여성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면서 젠더 간 임금 격차 연구도 함께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선 저출산이 큰 문제입니다.
“0.86명이죠. 합계출산율 말입니다.”
▷맞습니다. 한국에서도 저출산 문제가 성별 격차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경제 변화, 사회 변화가 빠를수록 우리는 전통과 더 많이 충돌하게 됩니다. 20세기 후반 한국보다 더 빠른 경제적 변화를 겪은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지나치게 빠른 변화는)은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합니다. 미국은 훨씬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동일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는 변화에 익숙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은 단기간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적응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육아휴직과 관련해 최고의 정책을 가진 국가 중 하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관대합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라도 그런 정책을 잘 적용하고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직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 정부에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사회의 기성세대들을 재교육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딸보다 아들의 마음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는 기성세대 말입니다. (남성들의 저출산에 관련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노벨상 외에 연구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제가 쓴 많은 책과 글이겠지요. 노벨상 수상 발표 후 학생들로부터 받은 200통의 이메일도 대단한 성과입니다.”
케임브리지=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