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글로벌 공급난' 온다…전기차·풍력발전 수요 폭발

2035년엔 5000만t 부족
신재생에너지 전환 발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리의 초과 수요가 장기간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재생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면서 구리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를 것이란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광산업체들이 지난 5~6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FT 광업포럼에서 구리 시장에서 장기간 초과 수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각국이 전기차,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채산성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최대 구리 채굴업체인 프리포트맥모란의 캐슬린 쿼크 사장은 “구리 가격이 상승하는 것만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최근 전기차,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기 배선용 구리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앵글로아메리칸에 따르면 에너지 전환 계획을 추진하는 선진국 국민의 1인당 구리 소비량은 연간 200~250㎏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S&P글로벌은 2035년에 구리 수요와 공급 격차가 5000만t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에도 올해 구리 가격은 하락세다.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8015.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5일 연중 최저점(7823.75달러)에서 반등했지만, 올초 연중 최고치(9436달러) 대비 15% 빠졌다. 글로벌 경제가 단기 불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구리 가격이 장기적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리 광산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 밀집해 있는데 인프라가 낙후된 탓에 광산을 개발하는 데 상당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공급량을 단기간 늘리기 어렵다. RBC캐피털마켓의 원자재 투자책임자인 파리드 다다셰프는 “긴 허가 일정, 높은 인플레이션, 줄어드는 구리 채산성 등을 감안하면 구리 공급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탈탄소화 목표는 구리 부족으로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