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시리아도 이스라엘 공격…美, 확전 대비 비상계획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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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도 참전하나…이란 중심 '시아파 벨트' 이스라엘 공격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교전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국경을 접한 레바논과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져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슬람교 내 반(反)미 성향의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세력들도 잇따라 참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아파 무장세력도 "美 개입하지 말라" 경고
블링컨, 12일 이스라엘 방문해 대책 논의
미국은 이란이 적극 개입하면 이번 무력충돌이 '신(新)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보고 확전을 포함한 시나리오별 비상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이스라엘군은 10일(현지시간) 시리아 영토에서 다수의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난 뒤 시리아 방향에서 이스라엘로 포탄이 날아온 건 처음이다. 같은날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쪽에서도 로켓 15발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AFP통신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이 레바논 영토에서 공격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 연속으로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 쪽으로 포격을 하면서 2006년 이스라엘과 시아파 계열의 무장집단인 헤즈볼라 간 전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비상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미 잠재적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과 파트너 국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오는 12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과 향후 대응방안을 조율할 방침이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은 끔찍한 공격을 자행한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싸움을 지지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완전한 악행(sheer evil)이자 학살(slaughter)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럴드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하고, 중동지역 전투기 전투 배치를 강화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필요하면 이스라엘에 군사자산을 추가로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월스리트저널(WSJ)은 "미군이 제럴드포드에 이어 두번째 핵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인근 해역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 전단이 이번 주중 중동 지역으로 출항하기로 예정돼 있다"며 "2주 가량 뒤에 중동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이 계속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시아파 무장세력들은 미국에 "개입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예멘 후티 반군 지도자인 압델 말렉 알 후티는 이날 "가자 지구 문제에는 레드라인이 있다"며 "미국이 가자 지구 분쟁에 개입하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후티는 레바논 헤즈볼라 등과 함께 시아파 내 핵심 무장 세력으로 꼽힌다.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라크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미국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미사일과 드론 등으로 미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