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앉으니…피아노 페달 진동까지 느껴졌다 [클래식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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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콘서트 1000회 공연
100여 명 청중 무대로 올라가
음악가들도 객석 등지고 연주
아레테 콰르텟…정제된 음향·선명한 선율선
명료한 리듬 표현, 다채로운 색채 두드러져
피아니스트 문지영…음향적 입체감 부각
바흐 특유의 견고한 구조, 짜임새 드러나

오후 8시. 공연은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이 이끄는 실내악단 ‘에라토 앙상블’의 모차르트 교향곡 1번 연주로 문을 열었다. 모차르트가 열 살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작곡한 이 작품엔 신동의 발랄함과 활기가 온전히 담겨있다. 양성식은 시작부터 강한 추진력과 유려한 선율 진행으로 악단을 통솔하면서 작품 특유의 역동적인 악상을 살려냈다.다만 작품의 전경과 후경을 담당하는 악기군의 대비와 셈여림 차이가 옅게 표현되면서 다소 평면적인 인상을 남겼다. 이번 공연에선 에라토 앙상블 연주자가 26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무대에 오르다 보니 청중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최단 거리 세 뼘) 음향적 균형감이 깨지는 등의 한계도 있었다.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 올해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정상을 차지하며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은 현악 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도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들려준 곡은 하이든의 ‘러시아 4중주’ 중 하나인 현악 4중주 29번 G장조였다.아레테 콰르텟은 통일된 호흡으로 시종일관 따뜻하면서도 생기 있는 울림을 들려줬다. 첼로와 비올라는 끊임없이 서로의 소리에 반응하면서 적절히 무게감 있으면서도 정제된 음향을 만들어냈고, 그 위로 올라선 제1 바이올린은 우아한 음색과 시원시원한 보잉(활 긋기)으로 선명한 선율선을 그려내면서 작품 특유의 싱그러운 에너지를 뿜어냈다. 3악장에선 명료한 리듬 표현으로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살려냈고, 4악장에선 활을 긋는 속도, 장력, 비브라토의 세기 등에 변화를 주면서 곡의 다채로운 색채를 완연히 드러냈다.
이날 공연엔 오르가니스트 박준호, 생황 연주가 김효영, 하피스트 황세희, 퍼커셔니스트 김정균,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 피아니스트 문재원, 작곡가 겸 지휘자 최재혁이 이끄는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 앙상블 블랭크 등도 함께 올랐다.“소박한 듯 노블하게(고결하게), 조용한 듯 열정적으로.” 지난 21년간 유지해 온 하우스콘서트의 철학이다. 1000번째 공연도 어김없이 그랬다. 연주자의 숨소리가 하이든의 선율과 뒤섞여 고결하게 빛났고, 악기가 일으키는 진동이 바흐의 화성과 어우러져 열정적인 에너지로 살아난 무대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