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도 시작은 동네 가게"…로컬 브랜드 스타트업의 성장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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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음료 브랜드로 성장한 스타벅스의 시작은 동네 커피 가게였다. 1971년 제리 볼드윈 등 3명의 동업자가 미국 시애틀에 커피 원두와 관련 장비를 파는 가게를 열었다. 1982년 하워드 슐츠 전 최고경영자(CEO)를 마케팅 담당자로 영입하면서 스타벅스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크게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스타벅스처럼 지역 기반으로 의식주 등 생활 분야의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하려는 스타트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부는 '라이프 & 로컬(LIFE & LOCAL)'에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출하는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지향한다는 뜻으로 '라이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지역을 혁신하는 국내 스타트업 동향을 한경 긱스(Geeks)가 소개한다.
유니콘 말고 라이콘?
지역밀착형 사업의 스타트업은 어떤 기업일까. 정부의 관련 정책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관련 기업을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도 부른다. 생활 문화 분야에서 제조 기반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뜻한다.국내 산업 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관련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부가 가치 서비스 산업과 소규모 제조업이 발전하면서다. 새로운 소상공인 크리에이터가 등장했다. 일명 ‘가치 소비’와 ‘경험 소비’가 확산하고, 전통 산업 분야와 제조‧서비스 혁신이 결합하는 ‘빅블러’ 현상이 이를 가속화했다. 빅블러는 사회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산업의 경계가 뒤섞이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런 기업가정신과 장인정신,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분야 혁신 소상공인’의 규모를 약 300만명 정도로 추정한다. 지역별로 보면 강원도 강릉의 커피, 충북 영동의 와인, 제주의 녹차 등 대표 지역 제품으로 앞세워 다양한 기업이 나오고 있다. 지역명이 제품명에 들어간 제품으로는 제주맥주 등이 유명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가형 소상공인
울산 기업인 복순도가는 막걸리 등 한국 전통주로 성장한 지역 업체다. 국내산 누룩과 쌀만을 이용한 수제 막걸리를 개발해 전통주를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식 복순도가 사장은 지역 쌀과 전통 누룩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제조법으로 빚어낸 ‘복순도가 손막걸리’를 2015년 출시했다.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음용 전 병을 흔들어 막걸리를 섞을 필요가 없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탄산 덕분에 개봉 시 저절로 막걸리가 고르게 섞이기 때문이다. 복순도가는 2017년 부산의 '복순도가 F1963' 한식 레스토랑, 2019년 서울의 '복순도가 노들섬 뮤직라운지'를 여는 등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일본과 홍콩 등 해외에도 수출한다.
삼진어묵도 대표적인 기업가형 소상공인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는 1953년부터 3대째 이어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창업자인 박재덕 전 삼진어묵 대표가 창업했다. 당시 한국 전쟁 피난 시절 박 대표기 일본에서 배운 기술로 수많은 피난민에게 수산물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어묵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박 대표의 손자인 박용준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삼진어묵은 지난달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 1호점을 열었다.
올해부터 정부가 적극 지원
정부는 올해부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기부는 민간투자사가 소상공인에게 투자하면 투자액의 최대 5배, 최대 5억원까지 정책자금을 매칭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는 민간투자연계형 매칭융자 제도(매칭융자)를 지난 5월 시행했다.매칭융자는 중기부가 지정한 투자사가 역량을 갖춘 기업가형 소상공인에게 먼저 투자하고 추천하면 별도의 신용평가 없이 정책자금을 매칭해 지원하는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프로그램이다. 해당 투자사가 선 투자하는 방식은 지분(신주) 투자, 사업권 투자, 지분전환계약, 온라인투자연계대출계약 등이다. 소상공인이 개인의 신용도와 무관하게 투자를 통해 인정받은 성장 잠재력만으로 융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과 융자금을 기업 경영에 필요한 운전 자금뿐만 아니라 영업용 사업장 확보를 위한 매입 자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칭융자 사업의 특징이다.
중기부는 지난 2월 주관 투자사를 모집해 비플러스, 어번데일벤처스, 크립톤, 와디즈파트너스, 엔피프틴파트너스, 와이앤아처, 뉴키즈인베스트먼트 등 7개사를 선정했다. 와디즈파트너스는 지난달 유기농 뷰티 브랜드 파워플레이어와 IP(지식재산권) 굿즈 전문기업 루카랩컴퍼니와 해당 정책 자금의 매칭 융자를 받게 됐다.
소강섭 와디즈파트너스 총괄 이사는 “크라우드펀딩으로 시장성을 검증 받고 투자를 받은 유망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며 “앞으로도 중기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적극 협력해 라이프스타일·로컬영역에서 혁신과 새로운 콘텐츠 창출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라이콘 발굴 및 육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중기부는 지난 8일 라이콘으로 성장할 강한 소상공인 34개팀을 직접 선발해 지원하기로 했다. 일명 ‘강한소상공인 피칭대회’를 열어 선정했다.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유망 소상공인들을 발굴하고 소상공인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41대1의 경쟁률을 거쳐 선발된 105개 팀이 참가해 선배 창업가, 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14명의 전문평가단과 30여 명으로 구성된 대국민 심사단의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됐다. 이들에게는 최대 6000만원에 이어 스케일업을 위한 사업화 자금 최대 400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이번 대회에서 로컬 브랜드 유형에서는 강원도 못난이 감자로 농가와 상생하며 감자칩을 비롯해 다양한 로컬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더루트컴퍼니’가 1위로 선발됐다. 라이프스타일 유형에서는 국내산 폐플라스틱, 폐어망 등을 활용한 친환경 스니커즈와 스포츠 브랜드를 만드는 ‘엘에이알’이 1위로 꼽혔다. 글로벌 유형에서는 한국의 전통발효식초를 활용한 고체 이너뷰티 음료 기업 초블레스’가 1위로 선정됐다. 울릉도 특산물인 호박엿 등을 활용한 주류를 만드는 독도문방구, 강원도 들깨로 착유한 로스터리 들기름과 로컬 셰프와 함께 만든 드레싱을 판매하는 '깨 로스터리 옥희방앗간', 개항로 지역의 노포 장인과 협업해 만든 수제맥주을 유통하는 '인천맥주 칼리가리브루잉', 제주 해녀가 채취한 우뭇가사리와 제주 지역 원료를 활용한 화장품을 제조하는 우무솝 등도 선발됐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