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軍투입 임박…美국채로 자금 피신

10년물 美국채금리 하락

투자 수요 몰리며 4.6%대로 하락
뉴욕증시는 연이틀 상승 마감

유가 불안에…인플레 자극 우려
9월 생산자물가 5개월 만에 최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미국 뉴욕 월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처음 공격했을 때 투자자들은 세계를 뒤흔들 지정학적 리스크로 보고 주가 급락을 우려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등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투자 수요가 몰려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그동안 시장금리 고공행진에 짓눌려온 주식시장은 연이틀 안도 랠리를 펼쳤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 중앙은행(Fed)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팔 전쟁에도 주가 상승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134.65포인트(0.40%) 오른 33,739.30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22.58포인트(0.52%) 상승한 4358.24로, 나스닥지수는 78.60포인트(0.58%) 뛴 13,562.84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오른 것은 미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6일 연 4.79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점차 떨어져 이날 오후 11시 기준 연 4.626%를 기록 중이다.

미 국채 금리는 Fed가 시장 예상보다 길게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세계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려들면서 국채 금리는 떨어졌다.자산운용사 체이스인베스트먼트카운슬의 피터 투즈 사장은 채권 금리 하락 원인을 세계의 위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면서 국채 금리가 하락했고 그 폭은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9월 CPI가 변수

미 국채 금리 하락은 Fed 인사들의 발언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변화 때문이기도 하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전날 “장기 금리가 높은 기간 프리미엄으로 인해 계속 상승한다면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로건 총재는 올해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물이다.12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관건이다. 월가에선 9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6%로 8월(3.7%)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유가 변동폭이 크다는 점은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5% 상승해 시장 예상치 0.3%를 뛰어넘었다. 전년 동월에 비해 2.2% 올라 지난 4월(2.3%)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이 전월 대비 5.4% 오르며 지수 상승에 40% 이상 기여했다. PPI는 시차를 두고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CPI의 선행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월가 예상치 17만 개의 두 배에 가까운 33만6000개 증가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임금 상승률은 둔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어서다.한편 미국인은 몇 년간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뉴욕연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연은의 9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 미국 소비자의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중간값)은 3.7%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해 6월 기록한 최고치 7.1%보다는 낮지만, 올 8월의 3.6%보다는 소폭 높은 것이다. 소비자는 인플레이션이 3년 후 3% 안팎을 기록하고, 5년 후에는 2.8%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