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향의 해피藥] 환절기 감기, 초기에 잡아야

2023년 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길었다. 가을이 올 것 같지 않은 날들이 지속되더니 어느덧 밤바람이 차가워졌다. 물론 어릴 때 10월의 날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냉난방이 잘되는 약국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계절이 변하는지도 모르고 일할 때가 있다. 그러다가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고 계절이 바뀌었음을 실감하는데, 바로 알레르기약과 감기약 매출이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생기는 시기인 환절기에 어떤 사람들이 이렇게 고생을 할까? 첫 번째로 체력이 약한 사람이다. 날씨가 추우나 더우나 성인의 정상체온 36.5도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생명 활동의 기본이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이 체온 조절이 어려운 것이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돈을 기초생활비라고 하는데 몸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고 있어도 저절로 소비되는 에너지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하는데 기초대사량 대부분이 체온 유지에 쓰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덕스러운 환절기에는 체온 조절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 많지 않은 에너지를 체온 조절에 쏟아부으면 감기 바이러스가 그 틈을 노려 몸에 침투하는 것이다.

첫 대응 잘 못하면 고통의 시작

두 번째로는 점막이 건조한 사람이다. 우리 몸은 항상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투를 받는다. 그럼에도 건강할 수 있는 이유는 몸 바깥은 피부가 보호하고 있고 몸 안은 점막이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 점막, 코 점막, 구강 점막, 위 점막, 장 점막, 생식기 점막, 방광 점막 등 점막은 면역의 제1차 방어선이다. 특히 점막으로 덮인 우리의 기관지는 섬모 운동을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 이물질 등을 청소한다.

섬모는 기관지 점막에 붙어 있는 아주 촘촘한 물걸레 청소기라고 보면 되는데 환절기에 기관지가 건조해지면서 기관지 점막의 섬모세포들이 말라비틀어진다. 마른걸레가 청소를 잘할까? 젖은 걸레가 청소를 잘할까? 당연히 말라비틀어진 기관지는 세균,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춥고 건조한 환절기에 증상이 심해지는 비염, 결막염, 감기를 피해 가려면 점막이 촉촉해야 한다. 어쨌거나 감기에 걸리면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므로 감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버티지 말고 초기에 재빨리 막아내야 한다.

무서운 건 기관지·비염 등 합병증

감기 초기에는 몸이 으슬으슬하면서 재채기가 난다. 으슬으슬한 이유는 우리 몸이 추위에 대응해서 체온을 올리기 위해 모공을 닫고 근육을 수축시키기 때문이고, 재채기가 나는 이유는 찬바람을 내보내기 위해서다. 이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따뜻한 옷을 입고 목에 스카프를 둘러서 보온해주고, 실내가 건조하지 않게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주고, 따뜻한 국물을 마셔서 점막을 촉촉하게 해주면 좋다. 생강차나 레몬차 등을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가까운 약국에서 갈근탕이나 쌍화탕, 종합감기약 등을 복용하고 푹 쉬어서 면역력을 강화해주면 그다음 날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다. 만약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열이 나는데 우리 몸이 바이러스를 없애려고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중추의 열 센서를 올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일이 커진다. 오한 발열의 고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1주일, 안 먹어도 1주일이란 말이 있다.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서 생존하는 기간이 7일 정도이기 때문이지만 감기를 초기에 잡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감기 합병증 때문이다. 감기 바이러스를 초기에 잡지 못하면 호랑이 굴에서 여우가 대장질하듯 바이러스가 치고 나간 자리에 세균이 들어와서 2차 감염이 일어난다. 그러면 편도선염, 중이염, 기관지염, 비염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아주 심하면 폐렴이나 천식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담뱃불이 산을 태우는 격이다. 그러므로 감기는 무조건 초기에 잡아야 한다.

이지향 충남 아산 큰마음약국 대표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