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무반응에 일부 분석가 "확전 위험이 반영 안됐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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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공격 등 확전시 "석유공급 급감우려에 금,국채에 몰릴 것"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에도 주가는 오르고 유가는 이틀째 하락하면서 주요국 시장이 거의 반응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확전 위험이 있으며 위험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전세계적 군비 지출 인플레 초래,고금리 가속화 전망도
1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BNY멜론의 분석가들은 전쟁이 연장되면 석유공급 중단 우려가 커지고 금과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유가는 월요일에 4% 급등한 뒤 후속 세션에서 하락했고 금 가격은 무력충돌이후 상승폭이 1%에 불과하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13bp 하락했으나 분쟁보다는 미국 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보인다.
BNY 멜론의 시장 전략 및 통찰 책임자인 밥 새비지는 이스라엘은 예산과 GDP에 여유가 있어 8주 이상 “장기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시장이 유가 상승과 국방비 지출 증가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험을 아직 완전히 평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결과로 전 세계적으로 군사비 지출을 늘리면 그 결과 저축은 줄어들고 금리는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세계 군비 지출은 8년 연속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2조2,400억달러(3,000조원)를 기록했다.
또한, 모스크바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750억달러(100조원) 이상의 지원을 보냈다. 인플레이션 압력 외에도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이 연루되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서방 국가에서 이러한 사실이 확인되면 전쟁 확대가 임박할 것이며 이로 인해 시장은 위험 회피 모드로 전환될 수 있다.
래피단 에너지 그룹의 밥 맥널리 사장은 “만약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란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한다면, 유가의 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안전한 피난처로 달러와 금에 몰릴 것이며 “경제가 취약하고 통화가 취약할수록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주재 이란 사절단은 현재로서는 이란 무장단체가 하마스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무장관도 미국은 아직 이란이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 조사 회사인 알파인 매크로는 분쟁의 진행 과정이 불확실하지만 향후 1~3개월 동안 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위험회피 환경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위험회피 환경은 투자자들이 국채와 금에 몰려들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고 분쟁을 확대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방해하고, 미국을 전쟁에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극단적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수도 있다”고 알파인 매크로는 메모에서 밝혔다.
물론 모든 분석가가 확전과 그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폭발적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지정학적 요인과 시장에 대한 분석으로 유명한 한 분석가는 분쟁이 장기화되도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클록타워 그룹의 파트너이자 수석 전략가인 마르코 파픽은 CNBC에 “시장은 이 갈등을 무시할 것으로 믿는다”고 이메일을 통해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1973년 오일쇼크 때를 제외하면 그 이후로 역사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이 확전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만약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설사 확전된다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은 오히려 미국의 소비자 지출, 노동력부족, 글로벌 석유 수요 등 거시적 요인에 따라 더 크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