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악 어때요?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 플레이리스트
입력
수정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계절이 찾아왔다. 가을은 클래식 작곡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바로크 시대부터 20세기까지 누군가는 가을의 풍요로움과 수확의 기쁨을 음표에 담았고, 다른 누군가는 낙엽이 떨어지는 쓸쓸함을 노래했다.
이런 계절과 '찰떡궁합'인 클래식 음악에는 어떤 게 있을까. 한국경제신문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가 여러 공연업계 종사자에게 가을에 들을만한 클래식 음악을 물었다.○'가을'에 영감받은 작품들
클래식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 작품은 '사계'다. 사계에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비발디의 작품만 있는 게 아니다. 하이든도 오라토리오(성악과 관현악으로 구성된 주로 종교적인 성격의 대규모 악곡) 사계를 썼다. 하이든은 이 작품에서 가을의 풍요로운 정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든 사계)한정호 음악 칼럼니스트는 하이든 사계 중 가을을 두고 "포도를 수확하는 농부의 기쁨 등 전형적인 가을 정경이 그려지는 작품"이라며 "우리 나라에서는 많이 연주되지 않지만 서양권에서는 가을 시즌에 자주 연주되는 곡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가을 생각',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 '가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9월' 등 가을을 다룬 낭만주의 시대 가곡도 여럿 있다. 이런 작품들은 애수 어린 멜로디를 서정적인 가사에 담은 덕분에 가을 정취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을을 닮은 작곡가들브람스는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클래식 작곡가로로 꼽힌다. 요즘 열리는 클래식 공연에 그의 작품이 많이 연주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연장에 등장해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된 이 곡은 오는 13일 스위스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14일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에서도 연주된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
브람스의 첫 교향곡인 교향곡 1번에는 베토벤의 색채가 묻어있다. 베토벤을 존경했던 브람스는 그의 첫 교향곡을 완성하기까지 약 14년이 걸렸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이 작품을 두고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이 곡에는 베토벤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고요하고 어둑한 서주로 시작하는 1악장부터 낭만주의적 서정성이 돋보이는 2악장과 3악장, 급격히 환희에 찬듯 밝아지며 박력있게 나아가는 4악장으로 구성된다.'고독의 아이콘'이기도 한 브람스는 삶 자체가 가을을 닮기도 했다. 그는 독신으로 살았으며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를 뒤에서 한결같이 사랑하는 순정을 지닌 인물이었다.
(슈베트르 죽음과 소녀)
브람스가 초가을이라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은 슈베르트가 적절하다. 31세에 요절한 불행의 아이콘 슈베르트는 600여곡이 넘는 작품을 썼지만 살아 생전 작곡가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항상 생활고와 우울감에 빠져 살았고, 못생긴 외모로 이성에게 인기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죽음, 소멸, 방황 등을 다룬 곡이 유난히 많다. 성악곡인 겨울 나그네, 마왕을 비롯해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가 대표적이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는 "브람스나 슈베르트는 고독하고 쓸쓸한 삶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에서도 더욱 그러한 정서가 사람들에게 몰입된다"고 설명했다.
○서늘하고 애수넘치는 추운 나라 작곡가들
많은 음악인들은 1년 내내 선선하거나 추운 북유럽과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도 가을 음악감상에 제격이라고 말한다. 지휘자 최수열은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을 꼽았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 7번)
그는 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 7번을 추천하며 "25분 남짓의 단악장 교향곡 안에 삶의 모든 것을 녹인 곡"이라고 평했다. 최수열은 "이 곡에는 봄부터 겨울까지의 모든 계절감을 느낄 수 있지만 특히 사색적인 부분이 많고, 멜로디 라인이 두툼해 늦가을과 참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중 3악장)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은 광활한 대양을 연상시킨듯 스케일이 큰 곡. 관현악 파트의 변화무쌍한 색채는 마치 알록달록한 단풍을 연상케 한다. 최 지휘자는 "특히 이 곡의 3악장은 들어보면 가을 감성 그 차제"라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이런 계절과 '찰떡궁합'인 클래식 음악에는 어떤 게 있을까. 한국경제신문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가 여러 공연업계 종사자에게 가을에 들을만한 클래식 음악을 물었다.○'가을'에 영감받은 작품들
클래식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 작품은 '사계'다. 사계에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비발디의 작품만 있는 게 아니다. 하이든도 오라토리오(성악과 관현악으로 구성된 주로 종교적인 성격의 대규모 악곡) 사계를 썼다. 하이든은 이 작품에서 가을의 풍요로운 정취를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든 사계)한정호 음악 칼럼니스트는 하이든 사계 중 가을을 두고 "포도를 수확하는 농부의 기쁨 등 전형적인 가을 정경이 그려지는 작품"이라며 "우리 나라에서는 많이 연주되지 않지만 서양권에서는 가을 시즌에 자주 연주되는 곡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의 '가을 생각',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 '가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9월' 등 가을을 다룬 낭만주의 시대 가곡도 여럿 있다. 이런 작품들은 애수 어린 멜로디를 서정적인 가사에 담은 덕분에 가을 정취와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을을 닮은 작곡가들브람스는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클래식 작곡가로로 꼽힌다. 요즘 열리는 클래식 공연에 그의 작품이 많이 연주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연장에 등장해 덩달아 관심을 받게 된 이 곡은 오는 13일 스위스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14일 서울국제음악제 폐막 공연에서도 연주된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
브람스의 첫 교향곡인 교향곡 1번에는 베토벤의 색채가 묻어있다. 베토벤을 존경했던 브람스는 그의 첫 교향곡을 완성하기까지 약 14년이 걸렸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는 이 작품을 두고 "베토벤의 제10번 교향곡"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이 곡에는 베토벤 냄새가 물씬 풍긴다. 고요하고 어둑한 서주로 시작하는 1악장부터 낭만주의적 서정성이 돋보이는 2악장과 3악장, 급격히 환희에 찬듯 밝아지며 박력있게 나아가는 4악장으로 구성된다.'고독의 아이콘'이기도 한 브람스는 삶 자체가 가을을 닮기도 했다. 그는 독신으로 살았으며 슈만의 아내인 클라라를 뒤에서 한결같이 사랑하는 순정을 지닌 인물이었다.
(슈베트르 죽음과 소녀)
브람스가 초가을이라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은 슈베르트가 적절하다. 31세에 요절한 불행의 아이콘 슈베르트는 600여곡이 넘는 작품을 썼지만 살아 생전 작곡가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항상 생활고와 우울감에 빠져 살았고, 못생긴 외모로 이성에게 인기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죽음, 소멸, 방황 등을 다룬 곡이 유난히 많다. 성악곡인 겨울 나그네, 마왕을 비롯해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가 대표적이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는 "브람스나 슈베르트는 고독하고 쓸쓸한 삶으로 인해 그들의 음악에서도 더욱 그러한 정서가 사람들에게 몰입된다"고 설명했다.
○서늘하고 애수넘치는 추운 나라 작곡가들
많은 음악인들은 1년 내내 선선하거나 추운 북유럽과 러시아 작곡가들의 작품도 가을 음악감상에 제격이라고 말한다. 지휘자 최수열은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을 꼽았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 7번)
그는 시벨리우스의 마지막 교향곡 7번을 추천하며 "25분 남짓의 단악장 교향곡 안에 삶의 모든 것을 녹인 곡"이라고 평했다. 최수열은 "이 곡에는 봄부터 겨울까지의 모든 계절감을 느낄 수 있지만 특히 사색적인 부분이 많고, 멜로디 라인이 두툼해 늦가을과 참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중 3악장)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은 광활한 대양을 연상시킨듯 스케일이 큰 곡. 관현악 파트의 변화무쌍한 색채는 마치 알록달록한 단풍을 연상케 한다. 최 지휘자는 "특히 이 곡의 3악장은 들어보면 가을 감성 그 차제"라고 덧붙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