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하게 엑시트' 김행 "자진 사퇴하겠다" [종합]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지명 30일 만에 사퇴
강서 보선 참패 후 민심 악화 우려에 결심한 듯
"尹대통령께 누 돼 죄송…선당후사 결심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주식 파킹' 의혹 등으로 야권의 공세를 받아온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심 악화를 막기 위해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여가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어제 늦게까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지켜봤다"며 "저는 후보자 이전에 국민의힘 당원이다. 당원으로서 선당후사의 자세로 후보자직을 자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그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위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이 길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님께 누가 돼 죄송하다. 본인의 사퇴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창업한 위키트리 주식을 가족에게 맡긴 '주식 파킹' 의혹 등에 대해선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회사를 운영했다. 불법을 저지른 적은 결코 없다"며 "제게 주어진 방법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주식백지신탁 의혹에 대한 의원의 질의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김병언 기자
'총선 전초전'으로 평가받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여권에서는 무수한 논란으로 야권으로부터 맹공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주식 파킹' 의혹, 인사청문회 중도 이탈 등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을 더욱 악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대통령실에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여권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날은 지도부 핵심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포착됐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김 후보자 지명 철회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에 대해 "민의를 받아들이는 게 정치 아니겠냐"고 했다. 사실상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공개 요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로써 지난달 13일 지명된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첫 출근길 여가부 존폐와 관련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명 30일 만에 사퇴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와 함께 지명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