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직접 쓴 질풍노도의 사춘기… "나는야 초록색 인간" [책마을]

초록색 범벅 인간

김하은 지음
현암사
208쪽│1만5000원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기를 다룬 책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청소년이 직접 쓴 청소년 이야기를 찾아보기는 도통 쉽지 않다. 서점에 진열된 청소년 에세이 대부분은 어른이 된 저자들이 옛 기억을 되짚어가며 쓴 책이기 때문이다.

<초록색 범벅 인간>은 이제 막 20세로 청소년기를 갓 벗어난 김하은 저자의 에세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그만큼 불확실한 미래에 갈팡질팡하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고뇌를 진솔한 문체로 써냈다.
&lt;초록색 범벅 인간&gt;(김하은 지음, 현암사)
저자가 펜을 잡은 건 19세의 일. 이 책을 읽을 많은 독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 코로나19로 학교의 풍경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지만, 남들처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대학 진학에 대해 고민하던 그였다.

사춘기 성장통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머니 손에 이끌려 정신과에 다니면서 이름 모를 약을 먹기도, 우연이 집어 든 시집을 읽으며 눈물을 쏙 빼기도 했다. 혼자서 품었던 행복과 아픔은 열아홉의 언어로 고스란히 책에 담겼다.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발단 전개 절정, 그리고 '다시, 전개'다. 아직 결말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점에서 청춘의 새로운 출발을 암시한다. 초록색이 감도는 숲을 유난히 좋아했던 청소년기엔 온통 녹색으로 꾸민 방에서 지냈다. 제목처럼 '초록색 범벅 인간'이었던 그의 앞에, 이젠 푸른빛으로 물든 너른 바다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한동안은 고요히 흐르는 물결 모양 때문에 바다를 보기 싫었다. 그러나 끝내 바다에 닿았다.… 물살에 이끌려 해안과 멀어졌다. 나는 바다만큼 거대해져서 무엇이든 파도로 휩쓸어버릴 수 있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