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한 게 뭐가 있다고"…野, 몸 바짝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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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잘해서 이긴 것 아냐' 인식 공유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56.52%)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를 상대로 낙승했음에도, 민주당은 '승리에 취하지 말자'며 바짝 몸을 낮췄다. 내년 4월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있어 축포를 터뜨리기는 이르다는 경각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들이) 빠따로 (국민의힘을) 때렸다. 일단은 먼저 때려준 거지 우리가 잘해서 안 때린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인(勝因)을 분석해보면, 우리가 잘한 게 뭐가 있을까 싶다"며 "구속영장 기각 받은 거 외에 잘한 게 뭐가 있나? 그것도 우리가 한 게 아니고 법원이 해준 건데 그 외에 잘한 게 뭐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당내 분열(만 하고) 잘한 게 뭐가 있나"라며 "우리가 도취해서 그냥 '이재명 체제로 이렇게 이겼어. 이 상태로 내년 총선 해도 압승이야'라고 하면 이제 대걸레가 우리 쪽으로 온다"고 했다. 이어 "그때는 대걸레 없이 바로 쇠몽둥이가 날아올 수가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승리했을 때 오히려 더 잘 해야 한다. '승자의 저주'라는 게 있지 않나"라며 "그런 부분들이 닥치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의원은 "국민이 민주당이 예뻐서라기보다는 윤석열 정부가 싫어서 이런 경고를 던진 거지 않나"라며 "검찰의 무리한 체포영장이 기각되고 걱정했던 보궐선거가 승리했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걸림돌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도 역시 '로우키'를 유지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 좀 제대로 하라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며 "실종된 정치를 바로 세우는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전날 선거 승리가 확실해지자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려운 마음으로, 위대한 국민과 강서구민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며 "한때 집권당이던 저희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재삼 다짐한다"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