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만 잘 아는 '전통적 인재상' 끝나…AI시대 상시 재교육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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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글로벌 인재포럼“작은 나라일수록 인공지능(AI) 전략을 남들보다 더 빠르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IT기업인 출신 정치인'
유하 시필레 前 핀란드 총리 인터뷰
정부·대학·기업 '통합 기구' 구축
미래 인재를 육성하는 커리큘럼
산업 변화 맞게 끊임없이 바꿔야
북유럽의 강소국 핀란드를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끈 유하 시필레 전 총리(62·사진). 그는 “AI는 산업·사회 전반에 어마어마한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올 텐데,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그 과실을 대부분 강대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시필레 전 총리는 “핀란드와 한국 같은 국가는 AI의 혜택을 자국민과 기업에 극대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다음달 1일 개막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3’에서 ‘AI와 빅블러 시대, 인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기조연설하는 그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강한 교육 시스템이 핀란드 경쟁력”
시필레 전 총리는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그는 1988년 입사한 휴대폰 부품업체 솔리트라에서 고속 승진을 거듭해 4년 만에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공학도 출신이지만 마케팅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인 결과다. 1994년에는 회사 지분을 사들여 오너가 됐다. 1996년 솔리트라를 매각, 1200만유로(약 170억원)를 쥐면서 그해 ‘핀란드 최고 소득자’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후 투자회사 포르텔인베스트, IT회사 엘렉트로비트 등을 설립해 기업가의 이력을 이어갔다.정치를 시작한 뒤로도 탄탄대로를 달렸다. 2011년 중도 성향 중앙당 소속으로 의회 의원에 당선된 데 이어 2012년 당 대표, 2015년 총리가 됐다. 당시 핀란드는 노키아 몰락 이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년 내리 감소하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연쇄 창업의 성공 경험을 정치에 심겠다”고 외친 정치 신인 시필레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이다. 그는 중도우파 연립정부를 이끌며 노동개혁, 복지개혁, 일자리 창출 등을 추진했다. 올해 의원 임기를 마친 뒤 투자회사 에네텔의 오너 겸 CEO로 ‘본업’에 복귀했다.시필레 전 총리는 “노키아가 쇠락한 이후 핀란드 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IT산업에 쌓인 전문지식을 다른 중소기업들이 이어받아 활약하고 있다”며 “게임과 청정기술 분야 창업 생태계는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들이 창업을 위한 기술 개발과 교육을 강화하면서 스타트업 문화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탄탄한 교육 시스템이 IT·금속·임업 분야 등의 오랜 경험, 청정한 자연환경 등과 더불어 핀란드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우물 파는 전문가’ 시대 끝났다”
올해 글로벌인재포럼에서 전달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를 묻자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인재의 개념과 교육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시필레 전 총리는 “AI는 과거 산업혁명과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 거대한 규모로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교육에도 많은 질문거리를 던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그는 “특정한 기술, 한 분야 전문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인재상은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고 짚었다. AI의 확산으로 상당수 직업이 사라지고,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직업을 여러 번 바꿔야 하는 세상이 온다는 점에서다. 또 “AI는 개인이 일상 업무를 처리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데 갈수록 많이 활용되는 만큼 모든 국민이 익숙해져야 할 기술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지원을 확대하고 지속적인 재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시필레 전 총리는 “AI 시대에는 교육 시스템에 상시적인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기술 변화가 불러온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에 인재를 육성하는 커리큘럼도 끊임없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와 대학,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별도 조직을 꾸리는 방법을 제안했다.
이어 “미래 인재와 관련한 산업계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대학은 이를 토대로 교육과정을 업데이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단기적 필요를 충족하는 데 치우쳐 대학의 기초연구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