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분교형 미니 초교…'초품아'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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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용지 확보한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허용 추진서울 강동구의 고덕강일3지구 안에는 초등학교가 없다. 개발 초기부터 학교 부지는 마련해 뒀지만 학령아동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허가가 나지 않았다. 입주가 시작되면서 학생이 늘었지만 새 학교를 지을 정도에는 미치지 못했다.
교육청 '도시형 캠퍼스' 추진
폐교 위기·재개발 등 과밀지역
'제2 캠퍼스' 형태로 개편·신설
학교용지 분할해 공공주택 짓는
'주·교 복합' 공존형 모델도 추진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정규학교 설립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서울형 분교인 ‘도시형 캠퍼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새 돌파구를 찾게 됐다. 현재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인 서울교육청과 서울주택도시공사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도시형 캠퍼스 설립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몇 년 안에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서울형 분교로 폐교 위기 학교 살린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2일 서울교육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도시형 캠퍼스 설립 및 운영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시형 캠퍼스는 초중등교육법상 분교 형태의 학교를 의미한다. 하지만 일반 분교와 다르다. 교육부 권고 기준에 따르면 분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복식학급(2개 이상의 학년을 한 교실 또는 한 명의 교사에 의해 운영하는 학급) 운영 △최근 3년간 신입생이 없는 학교 △교직원 수가 학생 수보다 많은 학교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서울에 있는 학교에는 맞지 않는 조건이다. 서울교육청이 도시형 캠퍼스 모델을 개발한 이유다.서울교육청이 제시한 새로운 도시형 캠퍼스는 총 여섯 가지다. 크게는 개편형과 신설형으로 나뉜다. 개편형에는 먼저 ‘제2캠퍼스 학교’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소규모화가 심화한 학교가 대상이다. 본래대로라면 통폐합돼야 하지만 해당 지역에 거주 중인 소수 학생의 통학 여건을 고려해 통폐합 전 단계로 개편·운영하는 방식이다.두 번째는 ‘주교복합학교’다. 소규모화된 학교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학교 용지를 분할해 한쪽에는 학교를 개축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식이다.
신설형은 정규초등학교 허가를 받지 못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나 통학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대안으로 마련했다. 신설형 ‘제2캠퍼스 학교’는 개발사업 지역에 이미 학교 용지를 확보한 경우 학생배치계획상 정규학교 설립은 어렵지만 도시형 캠퍼스 설립은 가능한 유형이다. 고덕강일3지구와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조합이 자체적으로 학교 용지를 확보해 기부채납(공공기여)하는 ‘주교복합학교’ △학교 인근의 오피스텔 및 상가 등을 사들여 활용하는 ‘매입형 학교’ △해당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무상양여나 영구사용허가를 받아 도시형캠퍼스로 설립하는 ‘공공시설복합 학교’도 가능하다.
○도시형 분교로 학령인구 감소 대응
도시형 분교를 세우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2012년 116만 명이던 서울의 초중고 학생 수는 2022년 80만 명으로 감소했다. 2030년에는 57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학교 통폐합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기존 학생들의 통학권, 학급권 보호를 위해 무작정 통폐합을 강제하기도 어렵다.동시에 일부 지역은 과대학교, 과밀학급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로 오히려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초중고 중 과밀학급이 있는 학교는 지난해 142개에서 올해 196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증가한 학생 수가 교육부의 학교 설립 심사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정규학교 설립은 쉽지 않다.
조 교육감은 “과대·과밀학교, 원거리 통학 문제 등으로 서울 안에서 교육 환경의 차이가 생겼다”며 “인구 불균형 문제와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도시형 캠퍼스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